[어저께TV] 종영 '위대한 유혹자', 시청자 유혹에 '대실패'한 이유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5.02 06: 50

'위대한 유혹자'가 우도환, 조이, 문가영, 김민재의 해피엔딩을 그렸지만 시청자에게는 씁쓸함만을 안겼다.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 마지막 회에서는 파국을 맞은 권시현(우도환 분), 은태희(박수영, 조이 분), 최수지(문가영 분), 이세주(김민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기영(이재균 분) 때문에 혼수 상태에 빠진 권시현(우도환 분)으로 인해 최수지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환각을 보고 손을 다쳤고, 이세주는 한국을 떠났다. 은태희는 권시현을 돌보는 한편, 그가 남긴 노트를 보고 자신을 향한 진심을 깨닫고 권시현을 용서했다.

권시현은 극적으로 깨어났으나, 은태희는 "좀 더 건강해져서 만나고 싶다"며 훗날을 기약하며 그를 보지 않고 독일로 떠났다. 5년 뒤, 최수지는 권시현의 도움으로 이세주가 있는 곳을 알아내 두 사람은 포옹으로 서로의 진심을 알았고, 은태희는 권시현과 건축가와 건물주로 재회하며 포옹했다.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모티브로 한 '위대한 유혹자'는 스무 살의 위태로운 첫사랑을 그려내겠다는 다부진 포부로 시작했다. 우도환부터 레드벨벳 조이까지 루키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신성우, 전미선, 김서형 등의 탄탄한 중견배우 라인업을 구성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야심차게 시작한 것과 달리, '위대한 유혹자'의 결과물은 초라했다. 스무 살의 유혹 게임은 너무 거창했고, 재벌 2세들의 세상은 너무나 견고한 그들만의 리그라 시청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초반에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탓에, '위대한 유혹자'는 지속 가능한 시청층을 쌓지 못하고 시청률 실패를 맛봐야 했다.
또한 권시현, 최수지, 이세주의 굳건한 우정은 이해가 가나, 은태희의 철벽이 왜 그렇게 3초 만에 무너졌는지, 은태희가 끌려들어간 이 유혹 게임은 도대체 왜 계속 되어야만 하는지는 쉽사리 설득되지 않았다. '위대한 유혹자'는 이들의 위태로운 유혹 게임과 복잡한 감정선에 당위성을 부여하기보다, 권시현과 은태희의 1일 1결별과 1재회를 따라가기 바빴다. 이는 시청자와의 공감 접점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권시현과 은태희의 사랑에는 지나치게 우연적인 걸림돌이 많았고, 그럴 때 마다 이별과 만남을 반복했다. 이들의 사랑은 재회와 이별을 반복하며 견고해졌을지언정,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더욱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이들의 사랑에 끌려가다가 '위대한 유혹자'는 5년 후 재회라는 뻔한 결말로 후다닥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소재는 매력적이었다. 이상한 집착과 충성으로 그들만의 탑을 쌓은 악동3인방이 천천히 해체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운명의 걸림돌로 새드 엔딩이 될 수 밖에 없는 사랑은 침착하게 풀어내면 충분히 멋진 청춘 비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이 많았다는 게 문제다. 드라마는 알콩달콩도, 시크하고 퇴폐적인 비주얼적 완성도, 우정의 비극적 최후도 다 담고 싶었다. 그러다가 결국 모든 걸 놓쳐버린 꼴이 됐다. 
역량 있는 젊은 배우들을 이렇게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그저 아쉽다.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숨을 좀 죽이거나, 권시현과 은태희의 운명의 걸림돌 중 한 두 가지 정도는 포기했어도 엔딩을 좀 더 세련되게 풀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을 것이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비극으로 달려가다 마지막 5분에 해피엔딩으로 유턴한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허탈감을 안길 수 밖에 없었다./ yjh0304@osen.co.kr
[사진] '위대한 유혹자'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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