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혔던 최정(31·SK)과 박병호(32·넥센)의 시즌 초반 희비가 엇갈렸다.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건강의 차이였다.
2년 연속 홈런왕에 빛나는 최정은 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제 솔로포를 쳐냈다. 자신의 시즌 14호 홈런이다. 4월에만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건재를 과시한 최정은 5월 첫 날에도 홈런 기세를 이어가며 홈런 부문 리그 단독 선두를 지켰다. 한때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가 빛났지만, 최정은 야금야금 홈런을 추가하며 2위권과의 격차를 3개로 벌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최정의 144경기 환산 홈런 페이스는 무려 65개다. 지난해 기록한 자신과 리그 3루수 최다 홈런 기록(46홈런) 경신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KBO 리그 역사상 3년 연속 홈런왕은 장종훈(1990~1992), 이승엽(2001~2003), 그리고 박병호(4년 연속, 2012~2015)까지 세 명뿐이다. 최정이 이 대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큰 기대를 받았던 박병호는 홈런 개수가 ‘4’에서 멈췄다. 부상 때문이다. 박병호는 지난 4월 1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종아리에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다음 주에는 복귀할 것으로 보이지만, 20경기 정도 결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터라 더 아쉽다. 18경기에서 타율은 2할8푼8리로 특별하지 않았으나 출루율(.468)은 대단히 높았다. 상대 투수들이 박병호를 잔뜩 의식했다는 의미다. OPS(출루율+장타율) 0.976도 ‘박병호’이기에 아쉬운 수준이었다. 실전 공백까지 생겨 타격 페이스를 찾는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은 악재다.
동기 사이인 두 선수의 홈런왕 경쟁은 올 시즌 KBO 리그를 보는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다. ‘현역 홈런왕’과 ‘돌아온 홈런왕’의 대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병호가 최소 20경기를 손해봄에 따라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박병호가 아무리 몰아치기의 달인이라고 해도 초반부터 격차가 꽤 벌어진 점은 분명하다. 반대로 이는 최정 또한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박병호가 잠시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누가 최정의 독주를 저지할지도 관심이다. 최정으로서는 오히려 적이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 제이미 로맥이 11개, 김동엽이 10개, 한동민이 8개를 치고 있다. 각자 장·단점은 있지만 홈런 생산력은 인정을 받았다.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김재환(두산) 이대호(롯데, 이상 8개) 등도 토종 홈런왕 레이스에 이름을 올릴 기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최정(왼쪽)-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