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일 현재 4.05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 선두인 LG(3.88)에 이은 2위다. 3위 NC(4.73)과는 큰 차이가 난다. 4월 중순까지는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선발과 불펜으로 나눠 볼 필요는 있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3.62로 당당히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4.80으로 리그 4위다. 격차가 제법 있다. 물론 불펜도 전체적인 안정감을 놓고 봤을 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 “핸디캡을 안고 던진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문학구장을 쓴다는 점이 그렇고, 선발투수들이 너무 강하다는 것도 문제다.
SK 불펜의 홈 평균자책점은 6.50이다. 리그 9위다. 반대로 불펜의 원정 평균자책점은 3.13이다. 이 부문 리그 2위인 LG(4.02)를 크게 앞지르는 독보적 선두다. 실제 문학은 모든 팀들이 힘들어하는 땅이다. 현재까지 문학구장의 리그 불펜투수 평균자책점은 5.81이다. 게다가 팀 선발투수들이 너무 강한 것도 역설적인 고민이다.

SK 선발진은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구성은 훌륭하다. 김광현,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에 박종훈 문승원 김태훈까지 모두 무난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잠수함 박종훈을 제외하고는 모두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균구속만 놓고 보면 어마어마한 어깨들을 자랑한다.
산체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150.7㎞)은 리그 1위다. 켈리(148.3㎞), 김광현(147㎞), 김태훈(144.6㎞), 문승원(143.3㎞)까지 평균구속만 놓고 보면 모두 리그 TOP 20에 들 만한 속도다. 구질은 제각기 조금 다르지만, 타자들은 5~6이닝 동안 이런 빠른 공을 충분히 눈에 익힌 채 경기 후반을 맞이할 수 있다.
SK의 불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 ‘빠른 공 투수 선호’라는 구단의 기조와도 맞닿아있다. 그러나 이런 선발진 뒤에서 던지는 투수들은 더 특별한 빠른 공이 필요하다. 산체스-김광현-켈리 뒤에서 던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손혁 투수코치 또한 “불펜투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등판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이드암 김주한의 가세는 반갑다. 김주한은 시즌 초반 구속이 떨어지며 고전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혹자들은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공을 던진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김주한은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심리에서 원인을 찾았다.
김주한은 강화 2군 시설에서 자신의 투구 영상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 결과 자신의 투구폼이 예전에 비해 움츠려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더 역동적으로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과는 금세 드러났다. 2군에 온 뒤 특별한 손질 없이도 구속이 올라갔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낙폭도 커졌다. 1군 재진입 후 2⅔이닝에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순항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SK의 불펜구성은 다소 단조롭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들의 비중이 크다. 결정구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눈을 흔들어줄 수 있는 김주한의 임무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1군 재진입 결정에도 이런 판단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또 하나의 옆구리 자원인 백인식은 이제 막 2군 등판을 시작했다. 김주한이 지금처럼 잘 버텨줘야 SK 불펜의 선택폭도 넓어질 수 있다. 시즌의 키 플레이어로 손색이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