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을 일깨운 2군 생활, 4번 내려놓고 초심으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02 13: 05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 
한화 김태균(36)에게 2군은 낯선 곳이다. 부상으로 서산 재활군에 짧게 머물 때가 있었지만, 2군 퓨처스리그 경기는 거의 뛰지 않았다. 올 시즌 전까지 김태균이 한화 소속으로 퓨처스 경기를 뛴 것은 지난 2009년 6월이 마지막. 당시 뇌진탕 부상으로 고생할 때라 경기 감각 차원에서 2군 경기에 출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9년 만에 김태균이 2군 경기를 뛰었다. 지난 3월31일 대전 SK전에서 손목 사구 부상을 입었고, 재활을 마친 뒤 경기 감각을 찾는 위해 지난달 17~18일 익산에서 KT 2군과 퓨처스 경기에 출장했다. 2경기 11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뒤 1군에 복귀했다. 짧지만 그에겐 많은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김태균은 "서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재활군 차일목 코치와 김회성 트레이너가 신경써준 덕분에 손목 상태가 빨리 회복됐다. 여러모로 힘들 때였다. 멘탈이 무너질 수 있었지만 최계훈 2군 감독님, 김성래 타격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다시 멘탈을 잡는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2군 후배들을 보면서 초심을 다졌다. 그는 "2군 후배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 내가 감각을 찾는답시고 경기에 나가 뛰는 게 너무 미안했다. 나 때문에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경기에 못 뛰는 것 아닌가 싶었다"며 "2군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내가 털레털레 할 수 없었다. 나도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짧았던 2군 생활을 뒤로 하고 1군 복귀했지만 한동안 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는 "1군 올라와서 잘하면 2군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야구는 역시 멘탈 게임"이라고 했다. 최근 4경기 16타수 7안타 타율 4할3푼8리 1홈런 4타점으로 회복 중이지만 "더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김태균의 타순은 이제 4번이 아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4번 자리를 꿰찼다. 김태균은 복귀 초 6번으로 나갔고, 최근에는 3번·5번을 오갔다. 그렇지만 타순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잘 치는 선수들이 있는데 내가 4번을 맡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나도 찜찜하다"며 "타순은 중요하지 않다.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30대 중후반을 향하고 있는 김태균이다. 자주 겪어보지 못했던 짧은 2군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2군에서 배우고 느낀 게 너무 많다"며 "후배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과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우리 미래가 정말 밝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태균의 시선도 이제 한화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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