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서 쓸 것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과 제이슨 휠러(28)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인 원투펀치의 부진으로 팀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한용덕 감독은 "한국에 와서 실력이 향상된 외인 선수들이 많다. 시간을 갖고서 보완해 나갈 것이다"며 인내를 각오했다.
그 결과 샘슨과 휠러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한 감독은 "우리가 외인 선수들을 영입할 때부터 '육성형'이란 표현을 썼다"며 "처음보다 좋아진 모습이다. 다들 인성이 좋아서인지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짧지만 만만치 않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샘슨-휠러는 '원투펀치'로 성장했다.

첫 3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되며 평균자책점 9.22로 부진했지만, 그 이후 4경기에선 2승 평균자책점 2.16으로 확 달라졌다. 9이닝당 볼넷이 9.2개에서 2.2개, 이닝당 투구수가 25.1개에서 15.6개로 대폭 줄었다. 불안한 제구력을 잡기 위해 왼 디딤 발 놓는 위치를 바꾸면서 미세하게 조정한 효과를 봤다.
한용덕 감독은 "미국에서 샘슨은 볼끝에 변화를 주기 위해 크로스 스탠스로 던졌다. 우리나라에선 굳이 볼끝 변화를 안 줘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라며 샘슨에게 스퀘어 스탠스로 변화를 유도했다. 변화를 준 샘슨은 제구가 안정됐고, 이제 완급조절 여유까지 생겼다. 한 감독은 "더 이상 힘으로만 던지지 않는다.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쓸 정도로 편해졌다"고 만족했다.
샘슨에 이어 휠러도 반등에 성공했다. 데뷔전 첫 승 이후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9.1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2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하며 13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2.77로 안정감을 찾았다. 샘슨의 변화를 지켜본 휠러는 현역 시절 서클체인지업에 일가견 있던 송진우 투수코치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며 스스로 변화를 꾀했다.
최근 2경기에선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 직구-슬라이더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났다. 체인지업 속도를 120km대로 떨어뜨려 완급 조절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용덕 감독은 "원래 휠러가 체인지업을 던질 줄은 알았지만 별로였다"며 "(영입 전) 영상을 볼 때부터 송진우 코치가 디테일하게 가르치면 괜찮아질 것으로 봤다. 그립 잡는 것부터 구속 차이를 주는 방법까지 송진우 코치가 가르쳐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초반 인내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샘슨이나 휠러 모두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도록 기다렸다. 오픈 마인드의 선수들이라 자신만의 스타일과 루틴을 고집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송 코치와 함께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두 선수 모두 우리가 영입할 때부터 '육성형 외인'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많이 배우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송진우 코치도 "선수들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려는 자세가 좋다"고 칭찬했다.
샘슨은 "한용덕 감독님, 송진우 코치님 등 레전드에게 배울 수 있어 영광이다. 감독님은 항상 믿어주고 있고, 코치님은 멘탈적으로 긍정의 기운을 준다"고 고마워했다. 휠러도 "송진우 코치님에게 배운 체인지업 그립으로 구속 차이를 주고 있다. 캐치볼도 코치님과 함께하며 도움을 얻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잘 키워낸 '육성형 원투펀치' 샘슨-휠러를 앞세워 한화도 모처럼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육성형 외인' 성공의 표본이 될 듯하다. /waw@osen.co.kr
[사진] 샘슨-휠러.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