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패' 정찬헌, BS보다 아쉬운 스트레이트 볼넷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03 07: 00

투수에게 불행의 씨앗은 볼넷에서 시작된다. LG 마무리투수 정찬헌(29)의 2일 밤이 딱 그랬다. 
지난 2일 대전 LG-한화전. LG가 3-2 한 점차 앞선 9회말 마무리 정찬헌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9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며 LG의 상승세를 이끈 수호신이었다. 3번의 1⅓이닝 세이브로 팀 공헌도가 높았다. 류중일 감독이 믿는 마무리다. 
그러나 이날 한화전에서 정찬헌은 실망을 안겼다.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맞고 2실점, 3-4 역전패를 자초한 것이다. 이성열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내준 정찬헌은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지성준에게 우측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 마무리라면 한 해 블론세이브 5~6개는 감내해야 한다. 지난해 세이브 1위 손승락(롯데)도 블론세이브가 5개 있었다. 문제는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야구는 결과론이라고 하지만, 과정이 좋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정찬헌은 9회말 첫 타자로 제라드 호잉을 만났지만 4개의 공 모두 볼을 던졌다. 스트레이트 볼넷 허용. 일발 장타력을 갖춘 호잉이라 신중하게 들어갔지만 너무나 소극적인 승부였다. 발 빠른 호잉이 1루에 나간 뒤 김태균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3루 위기로 번졌고, 그 이후 이성열·지성준의 적시타가 터졌다. 
정찬헌은 올해 17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9개를 허용했다. 삼진 13개를 잡았지만 9이닝당 볼넷 4.67개로 많은 편이다. 정우람(한화·1.46개) 박정배(SK·1.29개) 손승락(롯데·2.92개)에 비해 많은 편이다. 단순 제구 문제로 보기 어려운 게 정찬헌의 통산 9이닝당 볼넷은 3.64개로 올해 수치가 가장 높은 것이다. 
정찬헌은 평균 145km 힘 있는 직구를 인정받아 LG 마무리로 낙점 받았다. 올 시즌 구종 분포도를 보면 직구(37.6%)·투심(6.1%)·커터(3.7%) 등 패스트볼보다는 커브(26.4%)·슬라이더(14.9%)·포크(11.2%) 같은 변화구 구사 비율이 더 높다. 좋은 구위를 갖고 어렵게 승부했고, 깔끔한 마무리는 많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프로 데뷔 후 대부분 시간을 불펜에서 보내왔던 정찬헌이지만 풀타임 마무리는 처음 맡는다. 중간과는 중압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첫 술부터 배부를 수 없겠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시점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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