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인 것보다는 심리적인 면을 많이 가다듬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열린 SK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박승욱(25·SK)은 묵묵하게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박승욱은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보다는 기본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캠프를 보냈다”고 캠프 경과를 설명했다. 좀 더 독하게 달려들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였다.
그런 박승욱은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잘하든 못하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승욱은 잠시 올해 과제를 생각하더니 “더 담담해지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보다는 더 강한 멘탈로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진짜 담담해져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박승욱은 지난 4월 17일 수원 KT전에서 수비 도중 왼 어깨가 빠지는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직전 경기였던 15일 인천 NC전에서도 같은 증상으로 교체된 터였다. 15일 경기에서는 빠진 어깨를 금방 다시 맞췄지만, 다음 경기 시작부터 또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정밀 검진에 들어갔다. 불운하게도 검진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박승욱은 이미 왼 어깨 습관성 탈골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 검진 결과 당시 봉합한 부분이 벌어졌다는 날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다른 기관에서 받은 재검에서도 같은 소견이 나왔다. 장기 결장은 불가피했다. 수술을 하느냐, 재활을 하느냐의 차이였다. 둘 다 결장 기간의 차이는 별로 없었다.
그런 박승욱은 이제 기나긴 재활의 길로 들어갔다. 다행히 체계적인 재활 시스템을 거치면 재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더 꼼꼼하게 재활을 시킨다는 게 구단의 생각이다. 구단은 최소 8주, 길면 10주 정도를 보고 있다. 2군에서 실전 경기를 뛰는 것은 7월 초로 잡아두고 있다. 어쨌든 흔치 않은 부상으로 긴 공백을 갖는다.
올해 성과가 좋았기에 더 아쉽다. 지난해 공·수 모두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박승욱은 시즌 첫 13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 4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도 0.864로 좋았다. 실책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 같이 연쇄 실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 박승욱은 플레이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좀 더 담담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그 마음가짐을 재활로 옮겨야 할 때다.
박승욱의 재활 성과는 구단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염경엽 단장도, 트레이 힐만 감독도 팀 내 유격수 자원 중 최고의 가능성을 지닌 선수로 박승욱을 뽑는다. 1·2군을 통틀어 두 자릿수 홈런과 두 자릿수 도루를 모두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유격수라는 평가였다. 박성한 등 다른 젊은 야수들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단장과 감독의 생각은 흔들림이 없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만약 박승욱이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SK의 미래 구상은 모두 바뀐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박승욱을 미래의 주전 유격수로 생각하고 장기 구상을 짰다. 그런 박승욱이 어깨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다면 방향이 완전히 바뀐다.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팀이 박승욱의 재활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는 이유다. 돌려 말하면 박승욱은 구단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시즌 전 다짐대로 재활 또한 흐트러지지 않고 담담하게 가야 할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