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보는데 아쉽더라고요." 허경민(28·두산)이 다시 한 번 마음을 잡고 떨어진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허경민은 6경기에서 타율 6할을 기록하며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마무리캠프에서부터 고토 코지 타격 코치와 함께 타격에 대한 고민을 했고,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노력이 빛을 봤다. 한껏 물오른 타격감에 리드오프 자리로 나서게 됐고, 허경민은 개막 후 7경기에서 타율 3할8리를 때려내며 두산의 새로운 1번타자로 거듭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사이클이 있는 타격감은 어느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시작했고, 4월 중순 이후 허경민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끝없을 것 같았던 허경민의 타격 슬럼프도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창원 NC전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낸 허경민은 지난 1일 잠실 KT전에서는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이 좀 더 간결한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라며 흐뭇하게 활약을 지켜봤다.
지독했던 슬럼프에서 벗어난 허경민은 지난 1일 4-2 승리를 이끈 뒤 "안타를 친 날 경기까지 이겨서 다른 날보다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경기에 못나서면서 가장 답답한 것은 허경민 자신이었다. 허경민은 "지난 3년 간 많은 경기에 나섰는데,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니 아쉬웠다"고 벤치에서의 기분을 전했다.
비록 답답한 시간이 많았지만, 허경민은 오히려 스스로를 달랬다.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던 만큼, 바쁘게 달려왔던 시간을 되돌아 보는 시간으로 삼았다. 동시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허경민은 "스스로 채찍질 하기보다는 격려를 하려고 했다. 안 좋은 생각보다는 다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려고 했다"라며 "또 오기가 생겼다. 지난 몇 경기 못 나가다보니 가족도 내 눈치를 많이 보고 속상해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발을 드는 동작이나 전반적으로 간결하게 가지고 가려고는 하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치고 나서 많이 아쉬움이 있었는데, (김)재환이 형을 비롯해 다른 형들이 그렇게 치면 아쉽지 않냐고 이야기해줘서 좀 더 강하게 치려고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일단 타격감이 반등을 이뤘지만 허경민은 좀 더 침착하게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경민은 "지금 타격감이 올라왔고, 좋다고 생각하면 욕심이 날 수 있으니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해서 꾸준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헀다./ bellstp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