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땀이 생각보다 일찍 결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SK 주전 포수 이재원(30)이 공·수 모두에서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재원은 올 시즌 SK의 초반 호성적 주역으로 손꼽힌다. 2일까지 주전 포수로 31경기에 나가 타율 3할4푼8리, 출루율 4할6푼4리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9위, 출루율은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양의지(두산)와 유강남(LG)의 공격 성적이 워낙 빼어나서 그렇지, 이재원의 타격도 분명 리그 탑클래스다.
시즌 초반 장타와 타점이 잘 나오지 않았으나 이도 옛 이야기가 됐다. 서서히 장타가 나오며 장타율이 출루율을 역전했다. 득점권 타율도 3할6푼으로 자신의 시즌 타율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공도 많이 본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타자 중 하나였던 이재원은 올 시즌 타석당 4.46개의 공을 보고 있다. 이는 리그 2위 최주환(두산·4.28개)를 크게 앞서는 리그 최고 성적이다.

타격 성적이 좋지 않으면 모를까, 공도 많이 보면서 타율과 출루율까지 높으니 투수로서는 가장 짜증이 날 법한 유형의 타자다. 한동안 고전했던 몸쪽 코스에 대한 선구안이 좋아졌고, 배트가 나가는 궤도와 밸런스 모두 한창 좋을 때의 기량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공격만 놓고 보면 사실 더 바랄 것이 없는 수준이다.
수비도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회로가 꼬여 있었던 지난해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고 여유를 찾았다. 손혁 투수코치는 올 시즌 SK 마운드의 좋은 출발에 대해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지만, 이재원이 워낙 안정적으로 리드를 해주고 있다. 투수들이 믿고 던지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박경완 배터리코치는 “전반적인 리드와 경기운영은 양의지가 낫지만, 블로킹 등에서의 움직임 자체는 이재원이 더 빠르다”고 단언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는 이재원이다. 이런 활약은 자연히 계약 규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언제나 그랬듯, 리그는 좋은 포수에 목말라 있다. 올해는 최대어로 불리는 양의지와 이재원이 동시에 풀려 관심이 크다. 다만 양의지는 계약 규모가 커 타 팀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오히려 양의지의 계약 규모가 커질수록 이재원의 값어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이재원은 인천 출신으로 야구인생의 평생을 인천에 바쳤다. SK라는 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 FA 시즌을 앞두고 있음에도 흔쾌히 주장을 맡았다. 탁월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답게 주장으로서의 가치도 탁월하다.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힘 있게 팀을 이끌며 힐만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이제 이재원은 SK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고 있다. 구단의 FA 전략도 일찌감치 노선을 정해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