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 가득' 김정후, 존재감 달랐던 1856일 만에 타석 복귀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5.04 06: 14

약 5년 만에 선 타석. 어색함이 있었지만, 근성만큼은 그대로였다.
두산 베어스의 우완 투수 김정후(30)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wiz와의 팀 간 5차전에서 연장 11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정후는 볼넷과 안타로 한 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를 잘 막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NC전 이후 5일 만에 나선 실전 등판인 만큼, 초반 제구에 고전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 점 차 뒤진 두산은 연장 12회말 김재호와 조수행이 유격수 땅볼과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김정후. 두산은 연장전 돌입과 동시에 지명타자로 나섰던 김민혁을 3루수로 바꾸고, 2번타자 허경민 타석에서 대타로 나온 박세혁 자리에 투수 함덕주가 이름을 올리면서 두산은 지명타자가 소멸됐다. 자연스럽게 투수로 나선 김정후가 타석에 나서게 됐다.
야수 카드를 모두 소진한 만큼, 김정후가 승부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투수 김정후'에게 프로 타석은 다른 투수보다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김정후는 지난 2006년 양현종(KIA), 김광현(SK) 등과 함께 쿠바 청소년 야구대표팀에서 포수를 맡았던 김정후(당시 이름 김경근)는 2013년 외야수로 SK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시범경기에서 4번타자로 깜짝 기용될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1군 정규시즌에서는 5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도중 왼쪽 어깨를 심하게 다친 그는 재활에 나섰지만,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결국 프로 무대를 떠났다.
방출 뒤 투수로 전향한 그는 일본 사회인야구단에서 뛰며 프로선수로서의 재기를 노렸다. 결국 지난해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마무리캠프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서 몸을 만들었다.
최고 150km의 직구를 앞세운 그의 모습에 이강철 수석코치는 "좋았을 때 직구만큼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김정후는 투수로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성적도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8로 나쁘지 않았다.
투수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김정후는 "지금까지 해왔던 게 타자였던 만큼, 미련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다"라며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내심 미련을 가지고 있던 타석에 다시 서게 된 순간. 김정후로서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잠실 두산전 이후 1856일, 약 5년 만에 나선 타석이었다. 김정후는 지난해 신인 이종혁을 상대했다. 결과는 삼진. 그러나 타자 출신답게 볼 3개를 골라내고, 2개의 공을 커트하는 등 총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마운드에서 공 하나 하나를 신중하고 힘있게 던졌던 모습이 타석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마지막 몸쪽 높은 직구(139km)에 헛스윙해 삼진으로 물러난 김정후는 헬멧을 벗으며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정후의 아웃과 함께 경기는 KT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먼 길을 지나 5년 만에 돌아온 타석으로 김정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게 됐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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