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드라마 왕국'은 지상파의 얘기가 아니다. '2018 제54회 백상예술대상'이 이를 여실히 입증했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진행된 이 시상식에서 TV 부문 영예의 대상은 tvN '비밀의 숲'이 따냈다. 이수연 작가가 극본상까지 거머쥐었고 남자 주인공이었던 조승우 역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차지했다.
작품상은 tvN '마더'가 가져갔다. 이보영과 함께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아역 허율은 여자 신인 연기상을 손에 쥐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박호산이 남자 조연상을 받으며 팀을 대표했다.
JTBC 드라마도 선전했다. '품위 있는 그녀' 김윤철 감독은 연출상을 받았고 '미스티'에서 여주인공 고혜란으로 완벽하게 분했던 김남주가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팬들을 눈물 짓게 했다.
굵직굵직한 메인 상은 tvN과 JTBC가 싹쓸이했다. 지상파 드라마로는 SBS '사랑의 온도' 양세종이 남자 신인 연기상을 가져갔고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예지원이 남자 조연상을 거머쥔 게 전부.
수십 년 역사를 지닌 지상파 드라마의 '대굴욕'이다. 지난해 MBC, KBS, SBS는 미니시리즈, 예능형 드라마, 사극, 일일연속극, 주말드라마 등 다양한 호흡과 여러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지상파와 종편·케이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시청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다. 자연스럽게 좀 더 참신한 소재와 트렌디한 작품에 끌리기 마련. 지상파보다 한 발 앞서간 tvN과 JTBC가 승기를 잡았다.
'비밀의 숲'은 검사 스폰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검찰 내부의 이면을 고발하며 한국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지독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렸다. 조승우, 배두나, 유재명, 이규형, 이경영, 윤세아 등 배우들의 호연은 일품이었다.
안길호 PD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에 신예 이수연 작가의 촘촘하면서 쫄깃한 스토리는 '웰메이드 작품'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드라마는 '비밀의 숲' 전후로 나뉜다"는 찬사가 나올 정도.
'품위있는 그녀'와 '미스티' 역시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파격 소재와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금토 오후 11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을 꺾고 시청률과 화제성, 작품성을 모두 가져갔다.
지상파 드라마는 애국가 시청률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처럼 시청률 40%대 벽을 깨부순 '초대박' 작품도 있지만 MBC '위대한 유혹자'는 시청률 1.5%로 MBC 역대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상파 3사는 서로 자신들이 '드라마 왕국'이라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들은 냉철하게 판단하고 소신껏 작품을 고르고 있다. "지상파였으면 이런 드라마 안 나왔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고심해 봐야 할 때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tvN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