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km 배팅볼 투수' 유희관, 선발진 잔류 문제없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5.05 05: 57

 '느림의 미학' 유희관(32)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 선발 로테이션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올 시즌 제구력을 잃은 그는 배팅볼 투수나 다름없는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선발진 잔류 걱정을 해야 할 처지다.
유희관은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 동안 8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최근 5경기 연속 5실점 이상의 부진. 게다가 올 시즌 최소 이닝이자, 선발로 1⅔이닝 만에 교체된 것은 2015년 9월 27일 LG전 이후 950일 만에 수모였다. 결국 올 시즌 7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8.64로 치솟았다. 
올 시즌 부진했지만 LG전을 반등의 기회로 여겼다. 유희관은 LG 상대로 통산 10승 3패 평균자책점 3.63으로 나름 천적 관계였다. 부진한 올해도 지난 4월 3일 LG전에선 6⅔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이날 LG전은 시즌 최악투였다. 직구 구속은 최고 133km까지 나왔으나 제구가 잘 안 됐다. 체인지업(13개), 슬라이더(7개), 커브(7개) 등으로 LG 타자를 유인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회 1사 후 오지환-박용택-김현수-채은성에게 4연속 안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4명의 타자 모두 2B-2S,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결정구로 던진 공이 조금씩 가운데로 몰리면서 정타를 맞았다. 2회 두산이 4-3으로 역전한 뒤에도 여유와 제구를 찾지 못했다. 1사 1,2루에서 오지환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2사 2루에서 김현수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됐다. 
# 2013년 이후 유희관 성적(5일 현재)
2013년 10승 7패 ERA 3.53
2014년 12승 9패 ERA 4.42
2015년 18승 5패 ERA 3.94
2016년 15승 6패 ERA 4.41
2017년 11승 6패 ERA 4.53 
2018년 7G 1승 3패 ERA 8.63 
유희관은 군 제대 후 2013년부터 10승 투수가 됐다. 직구 구속이 130km대 초반에 그쳤으나 뛰어난 완급 조절과 스트라이크존 좌우 코너워크를 잘 활용했다. 과감한 몸쪽 승부로 수싸움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의 '제구 마술사' 그렉 매덕스을 떠올리며 '느림의 미학'으로 불렸다. 2015년 18승, 2016년 15승을 거두면서 정점을 찍었다. 통산 4점대 평균자책점에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것에는 두산의 폭발적인 타선, 뛰어난 수비진 덕택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심상치 않다. 등판 때마다 난타를 당하고 있다. 4월 11일 삼성전(5.2이닝 5실점) 4월 17일 한화전(5이닝 5실점), 4월 22일 KIA전(3이닝 6실점), 4월 28일 NC전(5⅓ 이닝 5실점), 5월 4일 LG전(1⅔이닝 6실점)까지 대량 실점이 이어지고 있다(그럼에도 두산은 유희관 선발 경기에서 4승3패의 놀라운 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1회 실점이 잦다. 7경기 중 1회 실점이 5경기, 32실점 중 14실점으로 44%나 된다. 7경기에서 1회 실점은 2점-0점-4점-2점-3점-0점-3점이다. 1회 피안타율이 5할1푼3리(39타수 20안타), 피OPS는 무려 1.455나 된다.
선발이 1회부터 실점하면서 끌려가면 경기를 풀어가기 힘들다. 4일 LG전에서 유희관의 부진에도 두산 타선은 무서운 집중력과 2번째 투수로 나온 이영하의 호투(5⅓이닝 2실점) 덕분에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유희관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선발진 잔류를 고민할 때가 올 것이다. 
유희관은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129km를 기록하고 있다. 체인지업(평균 119km), 슬라이더(평균 123km), 커브(평균 100km)를 주로 던진다. 심판진이 이전보다 넓게 스트라이크존을 보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4일 LG전에 앞서 "힘이 아닌 제구나 완급 조절로 승부하는 스타일인데, 타자들이 대비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더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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