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혹은 시간을 되돌리면 덜 힘들 것 같지만 젊은 20대도, 나이 든 40대도, 다른 이유일지라도 나름의 사정으로 어려운 삶이다. ‘나의 아저씨’가 세대 차이를 넘어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어려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이 안 힘들지 않다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기 때문이다.
종영까지 단 4회만을 남겨둔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희(오나라 분)의 술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 후계동 어른들은 우연히 마주친 지안(이지은 분)의 귀갓길에 동행했다. 어두운 골목을 걸으며 하릴없는 담소를 나누던 중, 애끓는 사랑에 마음 졸였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던 정희는 지안에게 “우리도 아가씨 같은 20대가 있었어요”라면서 “이렇게 나이들 생각하니까 끔찍하죠?”라고 농을 건넸다.
하지만 지안의 대답은 몹시 메마르고 씁쓸했다. “전 빨리 그 나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덜 힘들 거잖아요”라는 말에 후계동 어른들은 발걸음을 멈춰 그녀를 응시했다. ‘네가 이 나이 되어봐라. 덜 힘든가’하는 핀잔이 아닌 안쓰러움이 담긴 지긋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너 참 힘들구나’ 하는 지안을 향한 소리 없는 이해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정희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지안의 팔짱을 꼈고, 집까지 배웅하며 “잘 자요”라고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정희는 말했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도 인생이 안 힘들지는 않았노라고.
‘나의 아저씨’는 우리네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이웃을 전면에 내세웠다. 열심히 살았지만 삶이 곧 감옥과 같은 성실한 동훈(이선균 분)과 그의 형 상훈(박호산 분), 동생 기훈(송새벽 분), 그리고 빛났던 과거를 떠나보내고 이제는 망가져 버린 후계동 사람들까지. “반세기를 살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제각기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중년들은 “망가져도 괜찮다.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이 시대를 견디는 이들을 위로했다.
사는 게 지옥과 다름없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사회초년생이 등장한다. 낮에는 대기업의 파견직, 밤에는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가 남긴 빚을 갚고 몸이 불편한 조모 봉애(손숙 분)를 봉양하는 게 살아있는 의미였던 지안이다.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어 독하고 메말랐던 이 청춘은 배경과 과거에 상관없이 인간 이지안을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어른 박동훈을 만나 변화했다.
이처럼 ‘나의 아저씨’가 전하고 있는 삶에 대한 연민과 위로는 나이든 중년의 고달픔도, 젊은 청춘의 힘겨움도 외면하지 않았다. 성별도 나이도 사회적 위치도 모두 다른 동훈과 지안이 상대의 아픔을 꿰뚫어 보고 “행복하자” 말하고 “파이팅!”이라 응원하듯, 누구나 힘든 삶을 다독이는 따뜻한 시선, ‘나의 아저씨’가 세대와 성별에 무관하게 사랑을 받는 이유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 매주 수, 목 오후 9시 30분 방송되며, 국내 방송 24시간 후 매주 목, 금 오후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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