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의 공격첨병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명기(31)가 지난 4월의 부진을 딛고 완벽한 반등세로 돌아섰다.
'디펜딩 챔피언' KIA의 시즌 초반 출발은 썩 좋지 않다. 3월 개막 이후 4월까지 13승15패에 그치며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4월 한 달 간 성적만 따로 떼어서 들여다보면 9승12패로 승률은 더욱 떨어진다.
투수진도 투수진이지만(4월 평균자책점 5.55 최하위), 득점 루트 창출이 쉽지 않았다. 특히 리드오프를 비롯한 테이블세터진이 부침을 겪었다. 4월 리드오프 타율 2할4푼5리(7위), 테이블세터진 타율 2할6푼4리(6위)에 그쳤다. 테이블세터진의 출루율도 신통치 않았다. 1번 타자 출루율이 2할8푼7리(9위), 2번 타자가 3할3푼7리(6위)였다. 부진의 중심에는 지난해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던 이명기가 있었다.

개막 이후 3월 7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28타수 9안타) 맹타를 휘둘렀던 이명기였다. 하지만 4월 들어서 타율 2할2푼9리(70타수 16안타) 출루율 2할8푼6리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출장 기회는 둘쑥날쑥해졌다. 타순 역시 리드오프 자리가 아닌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 첨병이 부진에 빠지자 팀 성적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명기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4월 말부터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3푼2리(37타수 16안타) 5타점 8득점 2도루의 기록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 기간 3안타 이상을 3차례 기록하고 있고 최근 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김기태 감독 역시 이명기가 살아나야 팀 타선도 활력이 넘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4일 광주 NC전을 경앞두고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와 함께 이명기의 기를 살리기 위해 옆에서 끊임없이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코칭스태프의 노력 속에서 공격 첨병으로 다시금 거듭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에서 9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명기는 활발하게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는 오롯이 경기 초반 압박에 성공한 타선의 힘이 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9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명기의 역할이 컸다. 이명기는 이날 1-0으로 앞선 2회말 빅이닝의 시작을 알리는 추가 타점을 올리는 등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앞선 4일 경기에서도 알토란 같은 멀티 히트를 비롯해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 등을 펼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명기는 5일 경기에서 팀의 물꼬를 틔우는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1,3루에서 우익수 방면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면서 2-0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기록했다. 기회는 1사 2,3루로 이어졌고 버나디나의 우중간 적시 3루타가 터지면서 KIA 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왔다. 이후 최형우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KIA는 2회말 5점을 뽑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3회에도 2사 2루에서 내야안타를 때려내면서 멀티 히트 경기를 완성한 이명기였다. 점수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6회말 무사 1루 타석에서는 추가점을 위한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기회를 이어가게 했다. 해결사는 물론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이명기의 활약을 중심으로 타선의 폭발 끝에 12-4 대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명기의 반등은 결국 KIA 타선의 반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1번 타순에서 2할1푼5리(79타수 17안타)로 부진했지만 9번 타순에서 타율 5할(26타수 1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슬럼프에서 완전히 회복돼 다시 1번 자리에 포진을 한다면 버나디나 안치홍, 최형우 등의 중심타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9번 타순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더라도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줄 수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공격 첨벽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명기다.
깨어나는 이명기의 타격감이 다시금 KIA 타선을 활기차게 만들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