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 반등’ 나주환-김성현, 비온 뒤 더 굳어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06 08: 00

“베테랑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동시에 경쟁할 여건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팀의 내야 경쟁에 대해 흡족하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SK는 팀의 중앙 내야에 두 명의 베테랑(나주환·김성현)과 두 명의 신예(박승욱·최항)를 선택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우선권을 얻었지만, 이내 신예 선수들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한때는 출전 비중이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신예 키스톤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값이라면 신예를 중용하는 것이 팀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베테랑들이 그간 가졌던 혜택이자, 혜택을 내려놓은 지금은 위협이기도 하다. 위기의식도 높아졌다. 시즌 초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던 나주환은 “못하면 바로 밀려난다. 농담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현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부쩍 사라졌다. 

하지만 베테랑들의 진가가 다시 발휘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자극을 받은 듯한 인상이다. 방망이와 수비 모두 뚜렷한 상승 곡선과 함께 제 궤도로 돌아왔다.
4월 15일까지 나주환의 타율은 1할9푼6리(OPS 0.530), 김성현은 1할9푼2리(OPS 0.558)였다. 2할도 채 되지 않는 타격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4월 15일 이후로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 기간 김성현의 타율은 4할3푼2리, OPS는 1.005다. 나주환은 타율 3할5푼2리, OPS 0.960의 호성적에 15경기에서 무려 18타점을 쓸어 담았다. 반면 최항은 2할1푼1리에 머물렀고, 박승욱은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위기의식이 반등을 이끌었다. 두 선수 모두 삼진은 줄고, 안타는 늘어났다. 집중력이 좋아졌다. 나주환은 득점권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선보이며 팀의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공격적 스윙을 마음 먹은 김성현은 가장 좋을 때의 타격감을 되찾았다. 방망이에 맞는 포인트가 좋아지면서 연일 맹타다. 4월 15일 이후 김성현보다 더 좋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3명(이대호·유한준·나성범) 뿐이다.
수비에서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실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팀의 내야를 지키고 있다. 시즌 전 SK가 구상했던 상수로 돌아온 것이다. 소나기를 맞았던 두 베테랑들이 시즌 끝까지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는 SK의 시즌 성패가 걸려 있다. 이는 신예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낸다. 팀의 점진적인 세대교체에도 도움이 되기에 더 중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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