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전 세계에서 단 11일 만에 1조 25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국내에서는 900만 돌파를 앞두며 천만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을 월드와이드 흥행 1위로 올린 독과점 문제에 해외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버라이어티는 '한국 박스오피스: '어벤져스'의 지배가 입법을 서두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제목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국내 독과점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대한민국 전국의 스크린 중 85%를 독점하고 있으며, 주말 동안 2553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며 "주말 흥행 수입 중에서는 95%를 차지했고, '그날, 바다'는 단 1%의 수익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고 국내 박스오피스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첫날 CGV 978번, 롯데시네마 773번, 메가박스에서 577번이 상영됐다"며 "이러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상영 수치는 한국의 스크린 독과점 통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이후 독과점 논란이 불거졌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스크린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 관객들의 최고 기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상륙하면서 대부분의 경쟁작들이 개봉을 앞당기거나, 연기하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알아서 피해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개봉 2주차에 돌입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 '챔피언'(김용완 감독)이 등판했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2141개의 스크린수를 지키고 있다. 반면 '챔피언'은 스크린수 795개에 불과하다. 스크린수만 약 3배 차이에 달한다. 상영횟수 역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만 730회, '챔피언'이 3892회로 약 3배 차이가 난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드는 지난 6일에는 주말 극장가를 맞이해 2186개로 오히려 스크린 수가 근소하게 증가했고, 상영횟수 역시 1만 778회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챔피언'은 스크린수는 839회로 증가했으나, 상영횟수는 오히려 3452회로 줄어들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흥행세는 여전히 뜨겁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부터 시작된 황금 연휴에서 총 19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오늘(7일) 역시 대체연휴인만큼 900만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흥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인기가 뜨겁다. 한국은 황금 연휴에 힘입어 영국을 제치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월드와이드 흥행 1위 국가로 올라섰다.
이러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신드롬급 흥행은 현재의 스크린 독과점에 '시장 논리'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가져다준다. 개봉 첫주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제외하고는 걸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경쟁작들이 '알아서 피해준' 탓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스크린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한 흥행 수익이 보장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것이 극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논리라는 설명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시장 논리는 일견 이해가 되는 해명이기도 하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800만 명이 넘게 관람한 현재도 현장 발권을 제외하고 사전 예매만으로 대부분의 표가 동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크린수를 제한한다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역차별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스크린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뜨겁다. 대작이 개봉할 때마다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극장에만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어불성설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여전히 2천개가 넘는 극장에서 1만 회 이상 상영 중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금지하는 법안 통과가 시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버라이어티의 보도처럼 스크린 독과점은 산적해 있는 과제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둘러싼 논란에도, 여전히 독과점 논란이 숙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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