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우 "'시각장애인가수' 신분 슬펐지만 인식 바꿀 희망 있어"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8.05.08 14: 16

 배우 겸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가 드라마 콘서트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동우는 지난 달 23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중구 다동 CKL 스테이지에서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을 선보였다.
‘드라마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열린 만큼, 이번 공연 주제와 연관된 이동우 주연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를 상영함은 물론, 영화를 모티브로 한 마임 연기를 선보이기도. ‘고단한 우리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는 주제 아래 음악, 영화, 토크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재즈 콘서트를 선보인 바. 드라마 콘서트라고 하면 작품이 끝나고 배우들이 작품을 사랑해준 팬들과 만나 여는 형식이 더 익숙하다. 그가 특별히 이번 공연을 드라마 콘서트라고 이름을 붙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쓰는 단어들이 우리 말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개념이 함몰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나. 그러나 우리가 사는 게 다 드라마이지 않나. 인생 이야기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들 그중에서 중심을 뒀던 건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장애, 슬픔, 상처다. 인생들에서 겪는 경험을 소재로 한 공연이기 때문에 드라마라는 콘서트라는 제목을 붙인 거다. 영화 다큐멘터리 ‘시소’를 시작으로 모노 마임도 있고 길동무 분들 모셔서 같이 대화도 나누고 제가 노래도 하고 다채롭게 구상했다. 그런데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감정선으로 이 공연의 처음과 끝을 이루고 그 감정선을 관객분들이 한 호흡으로 쭉 따라와 주신다. 그래서 공연 시간이 제법 길다. 그럼에도 일어나시면서 ‘시간이 벌써 다 갔네’ 하신다. 재밌게 공연했다.”
총 20회 장기 공연으로, 유해진, 안재욱, 양희은, 이승철, 정성화, 이휘향, 문소리, 강타, 송은이, 윤종신, 소유진, 허지웅, 서명숙, 알베르토 몬디, 구경선, 한지민, 신현준, 최수영, 샤이니 태민 등 화려한 게스트가 ‘길동무’라는 이름으로 총출동했다.
“(길동무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거의 말씀드리지 않았다. 이건 저의 의도다. 생방송으로 그냥 가는 거다. 그런데 살짝 걱정하시면서 오시기는 한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새로운 형식의 대화이기 때문에 본인들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걱정된다, 설렌다고 말씀하시면서 들어오시는데 특이점이라고 해야 할까. 관객과 길동무가 같이 영화를 보신다.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메시지 느낌이 분명 존재한다. 다큐라고 하는 장르가 가지는 장점이지 않나. 그래서 아마도 거기서 많은 동기부여를 가지고 저를 만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대화가 이어진다.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연극처럼 보시고 느끼시게 된다. 조용히 시작해서 감동을 갖고 차분하게 마무리가 된다.”
특히 이 많은 게스트들은 약 1분 만에 섭외됐다는 설명. 길동무와 나누는 이야기는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고 즉석에서 거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터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공연이 완성될 수 있었다.
“1분도 되지 않아서 거의 모든 분들이 그렇게 좋은 뜻, 좋은 내용을 담은 공연이라면 힘을 더하겠다, 일정을 빼서라도 가겠다고 하셔서 감동했다. 그 결과는 무대 위에서 공연 중에 다 드러나더라. 물론 저는 확신이 있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이기 때문에 (길동무분들이) 왜 불안하지 않았겠나. 그날 길동무 분이 어떤 컨디션으로 올지도 중요하고, 새로운 공연에 어색하고 불편해 하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아주 빨리 이 공연의 성격과 분위기에 잘 흡수되시더라. 아주 다행스럽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길동무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사실 없고 분위기가 달라진다.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어느 길동무 분들과 대화를 나누든 결국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다큐멘터리 시소를 보고 난 다음에 감정, 느낌들을 나누는 거라 내용이나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각자 살아오신 인생은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매번 다른 느낌을 가질 수가 있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쓰일 예정이라고. 이동우는 이와 관련해 자신은 힘이 없지만 대신 힘을 모았다고 표현했다.
“바라건대 공연이 너무너무 잘 돼서, 잘 된다는 건 물론 내용도 내용이지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희가 더 큰 결과물을 가지고 좋은 곳에 저희들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관심은 있으나 당장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분들이 많은데 저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제가 장애를 갖고 난 이후로는 힘이 없다. 소위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됐으니까 제가 누군가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신분이 되었는데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 지위와 신분 없이 어떤 자리에서도 주위를 둘러보고 손을 내밀어주는 따뜻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뜻을 가진 분들과 공연을 만든 거다. 저는 힘은 없지만 힘을 모았다. 새로운 힘이 생겼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꾸준히 선행을 베풀며 사회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이동우. 앞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꿈과 미래는 어떤 그림일까.
“한 뉴스에 제 신분이 ‘시각장애인가수’라고 찍혀 나왔다. 어떤 분들은 ‘그게 뭐가 그렇게 이상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인식이라는 거다. 저는 그 전에 비장애인으로 텔레비전이나 무대 위에 섰던 사람이고 지금은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텔레비전이나 무대 위에 선 거다. 달라진 건 없다. 저는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거다. 처음에는 슬펐고 지금도 뛰어넘기 힘들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결국은 그 담장을 낮출 수 있는 사람은 저 자신이다. 직접 확인시켜드리는 것 외에는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착화된 인식을 바꾸기란 무척 어렵다. 어떤 사람은 불가능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세상에 절대 가능한 것도 없고 절대 불가능한 것도 없다. 그래서 될 때까지 하는 거다. 그 작업도 굉장히 신명나는 일이다. 왜냐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가 금방 친구, 동료, 벗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사회인식이 이뤄진다면 저는 죽기 전에 제 할 바 다 한 거다. 기적을 향해 가는 건데 저는 희망이 있다. 될 거라고 믿는다. 일단 제가 건강하다. 팔다리가 아주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고 제 눈이 되어주시는 제 팀이 굳건히 존재한다. 이건 시간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