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벌써 10년차입니다".
한화 우완 투수 장민재(28)는 어느덧 팀 내 중간급 위치가 됐다.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다. 지난 2009년 입단한 뒤 올해로 10년차. 한화의 암흑기에 몇 안 되는 젊은 투수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올해는 팀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1~2군을 오르내리면서 위기의식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2군으로 내려가 시즌을 맞이했고, 지난달 7일 첫 1군 등록된 날 던지고 다음날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최계훈 한화 2군 감독은 "장민재는 착실한 선수다. 스스로 고심하고 노력할 줄 아는 선수다. 2군 있는 동안 많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1군 복귀 후 2경기에서 롱릴리프로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3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민재 덕분에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땅에 패대기치는 공이 없어졌고,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가는 모습이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서클체인지업이었다. 원래 던질 줄 아는 공이지만 제구가 안돼 애먹었다. 스스로 연구 끝에 포인트를 찾았고, 송진우 투수코치도 "네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폼이 가장 좋은 폼"이라며 권장했다. 송진우 코치는 "팔 위치를 약간 옆으로 옮겼는데 체인지업 제구도 되고, 직구 회전도 좋아졌다. 민재는 항상 야구에 대한 고민이 깊은 선수"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민재와 일문일답.

- 서클체인지업 제구가 안정을 찾았는데.
▲ 원래부터 던진 공이었는데 작년 6월부터인가 감을 찾지 못했다. 코치님들과 선배 형들한테 물어봤다. 각을 만들려 팔 위치를 올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욕심을 부린 것이다. 캠프 때도 서클체인지업 제구가 안 돼 땅에 패대기치고,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했다.
- 노력 끝에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았다.
▲ 2군에서 선발로 던지며 감을 찾으려 했다. 팔 각도를 올린 건 아니고, (공을 놓는 손의) 위치를 살짝 옆에서 던지는 느낌으로 바꿨는데 '아 이거구나' 싶은 느낌이 왔다. 1군 복귀 후 첫 등판에서 그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체인지업이 살아나니 직구도 통하는 듯하다. 송진우 코치님도 '너 편한대로 해라. 공 던질 때는 네가 제일 편하게 던지는 게 가장 좋다.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던져라'고 말씀하셨다.
- 2군 코칭스태프도 모범이 되는 선수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 나도 벌써 10년차다. 밑에 후배들이 더 많아졌다. 후배들이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 속에서 나도 야구를 배우게 된다. 후배들이 '이거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나도 이렇게 해볼까' 하는 식으로 답하다 보니 야구가 조금씩 보이더라. 캠프를 마치고 난 뒤 2군에 가서 많이 배웠다.
- 주변에선 너무 열심히 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한다.
▲ 야구에 너무 집착해서인 것 같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성격이 안 바뀐다. 내 스타일대로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재능을 이기는 노력이 없다고 하지만, 재능을 이기는 건 노력뿐이다. 천성이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안 되면 죽을 때까지 했다. 2군에 있으면서도 내 살 길이 뭔지 고민하느라 잠을 못 자기도 했다.
- 1군에서 활약한 선수가 2군에 오래 머물면 쉽지 않을 텐데.
▲ 어차피 프로는 1군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과거에 잘했든 못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중요하다. 또 2군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좋은 감을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화 마운드, 특히 불펜이 많이 강해졌는데 실감이 나는가.
▲ 후배들이 성장했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어린 후배들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 나뿐만 아니라 선배 형들까지 '아차'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이 잘 던지면 선배들도 '그럼 내가 보여줄게' 이런 식으로 경쟁이 된다. 나도 벌써 10년차이지만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다. 이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지금 흐름을 앞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 아직 난 자리를 못 잡은 투수다. 지금보다 더 잘 던지는 게 목표다. 사람인지라 잘 안 될 때는 팬들께 욕도 먹는다. 프로니까 이해하고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못할 때마다 부모님이 더 힘들어하신다.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