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의존증' 사라진 롯데, 두터워진 뎁스의 증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5.08 06: 21

어느 한 명의 힘과 컨디션에 더 이상 팀의 경기력 전체가 좌우되지 않는다.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한 명의 선수가 팀 전체를 책임지는 경우가 사라졌다. 두터워진 뎁스의 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올 시즌의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팀이었다. 화려한 주전급 멤버들에 비해 백업 선수들이 부실했다. 주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었다. 스타급 플레이어의 역할이 그만큼 컸고, 이를 방증하는 용어는 '○○ 자이언츠'였다. 과거 이대호가 맹활약하던 시절 '대호 자이언츠'라고 불렸고, 이대호가 떠난 뒤에는 손아섭에게 무게 중심이 옮겨가면서 '아섭 자이언츠'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다. 어쩌면 특정 선수 한 명에 의존하는, 그 선수의 영향력이 커지는 달갑지 않은 칭호였다. 물론, 팀의 중심을 잡아줄 기둥 선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선수가 팀의 성적의 모든 부분을 결정하는 부분은 시즌을 크게 봤을 때는 좋은 방향은 아니었다.
올 시즌 롯데는 개막 7연패를 당한 뒤에는 15승12패의 성적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남기고 있다. 최근 5번의 3연전에서 시리즈 스윕은 없었지만 9승5패 1우천취소의 성적을 남기며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롯데는 특정 선수가 팀을 지탱하는 모습은 없었다. 다양한 선수들이 돌아가며 중심 축의 역할을 했고, 주인공을 자처했다.

개막 초반 쉽지 않은 레이스를 펼치던 순간, 롯데를 이끌던 이는 이적생 듀오인 채태인과 이병규, 그리고 손아섭이었다. 채태인이 이대호가 슬럼프에 빠지며 헤맸던 시기 그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줬다. 또한 이병규도 제한적인 출장 기회였지만 타석마다 볼넷 출루, 장타 등으로 적절한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십분 발휘했다. 여기에 손아섭은 꾸준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기회를 창출했다.
그리고 4월 중순부터는 이대호가 이어받았다. 개막 초반 최악의 시기를 뒤로하고 이대호는 4월 중순부터 매서운 몰아치기를 시작하면서 팀의 상승세를 진두지휘했다. 이대호의 대폭발은 롯데의 올 시즌 최대 분수령이었다. 여전히 이대호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하긴 했지만 채태인, 이병규, 손아섭이 팀을 이끌지 못했다면 이대호에 쏠리는 부담도 컸을 것이고, 슬럼프 탈출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대호가 팀을 다시금 일깨운 뒤에는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내야수 신본기가 올 시즌에는 타격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하위 타선에서 뇌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한 민병헌과 전준우, 김문호 등 외야 자원들도 돌아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대타 자원으로 지난 주 콜업된 정훈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지탱했다.
올해 15승(19패)를 거두면서 결승타를 기록한 선수는 무려 10명에 달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았던 셈. 기회를 골고루 살렸던 셈이다. 신본기가 팀 내 최다인 4개의 결승타를 기록했고 민병헌, 손아섭(이상 2개), 이대호, 김문호, 앤디 번즈, 전준우, 정훈, 채태인, 한동희(이상 1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시즌 초반, 신예 윤성빈이 선발진의 모든 짐을 떠안고 마운드에 올랐고, 성적도 괜찮았다. 윤성빈도 잠시 부침을 겪던 시기에는 노경은이 대체 선발로서 제 몫을 해주고 있고, 펠릭스 듀브론트, 브룩스 레일리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불펜진 역시 마무리 손승락으로 가는 길이 다소 험난했다. 지난해 활약했던 박진형이 부진했지만 오현택과 진명호 등 지난해 생각할 수 없던 자원들이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주전급, 비주전급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활약을 해주면서 상대의 견제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손아섭, 민병헌, 전준우, 김문호, 이병규가 포진한 외야진은 상대 선발 투수와의 상대 전적 등을 고려해 라인업을 다양하게 꾸릴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긴 시즌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체력 안배에도 숨통이 트였다. 지난 6일 우천 취소된 문학 SK전에서도 손아섭이 목의 담 증세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예정이었지만 김문호-전준우-민병헌이라는 수준급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의 지난해와 올해의 달라진 점이기도 했다.
내야진 역시 지난해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이대호의 체력 안배를 채태인의 존재로 하여금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훈과 김동한, 황진수, 한동희도 다른 내야진이 부진에 빠지거나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왔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롯데는 두터운 뎁스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며 기나 긴 정규리그를 치러나가고 반격의 태세를 취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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