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패를 상대에게 보여준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또 설상가상 상대에게 걷어차여 2차례나 수비수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만들었다. 전북의 부리람 원정은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전북은 8일(한국시간) 태국 부리람의 창 아레나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 (태국)와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서 2-3으로 패했다. 원정경기서 패배를 당한 전북은 오는 15일 홈에서 운명의 2차전을 펼치게 됐다.
부담스러운 결과였다. 기대했던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해도 된다. 전북은 이번 부리람 원정에 선수단을 14명 밖에 데려오지 못했다. 물론 선발대는 13명이었고 신인 골키퍼 송범근은 경기 이틀전 부리람에 도착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관계로 빡빡해진 일정 때문에 전북은 힘겨운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주전 수비수인 김진수, 김민재, 홍정호 등이 부상을 당했다. 또 백업 멤버였던 박원재와 한교원 등도 부상이 겹치면서 수비진의 포지션 변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부리람전에도 최철순은 여전히 왼쪽 수비수로 나섰고 신형민도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전북은 상대에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패를 드러낸 채 경기에 임했다. 선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외에 대기 선수는 3명이었다. 1명은 골키퍼 홍정남이었고 나머지는 신인 수비수 윤지혁과 공격수 임선영이었다. 따라서 홍정남은 현실적으로 쓰기 힘든 카드였고 윤지혁도 출전이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올 시즌 전북에 입단한 윤지혁은 아직 프로 데뷔전을 펼치지 못했다.
따라서 교체로 쓸 수 있는 선수는 임선영 한 명 밖에 없었다. 부리람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스리백 수비로 태국 리그 1 최소 실점을 기록중인 부리람은 거친 플레이와 함께 전북의 체력을 소진 시키기 위해 끊임 없이 괴롭혔다. 특히 풀백들은 돌파 후 다시 돌아 나왔고 일부러 측면 공격수들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또 신경전까지 펼치면서 전북을 괴롭게 했다.
이미 교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전북은 설상가상 전반서 최철순이 상대 선수와 경합 도중 무릎을 다쳤다. 최철순은 전반 뿐만 아니라 후반서도 상대에게 걷어 차였다. 따라서 장점인 끊임없는 움직임을 가질 수 없었다. 수비수를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철순이 다치면서 전북은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부리람은 전북에게 생긴 약점을 쉴새 없이 파고 들었다. 높이와 힘이 있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최철순을 상대했다. 부담은 커졌고 실점도 늘었다.
그러나 전북은 포기하지 않았다. 1-3으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전후반 정규시간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도 공격을 펼쳤다. 1-3과 2-3은 분명 큰 차이였기 때문이다. 홈에서 1-0으로 승리하면 ACL 8강 진출이 가능하다.
결국 전북은 공격을 포기하지 않고 펼치면서 손준호가 만회골을 기록했다. 비록 패배를 당했지만 올 시즌 홈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은 전북이라면 분명 해볼만 하다. 이미 K리그 1에서 2위와 승점 10점차로 벌여 놓았기 때문에 16강 2차전에 집중해도 된다.
경기를 마친 뒤 최철순은 "2차전을 잘 준비하겠다. ACL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득점을 많이 올리고 실점하지 않는 경기 하면 된다"며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8강에 진출하겠다 그라운드에서 원하는 결과는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극한으로 몰렸던 상황에서도 살아날 여지를 만들었다. 부상까지 이겨내면서 만든 기회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