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요. 오빠!".
전북 현대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열린 부리람 창 아레나에는 뜻밖의 한국 노래가 들렸다. 바로 부리람에서 활약하는 유준수의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축하 노래였다.
유준수는 이날 부리람의 선제골을 이끌어 냈다. 전반 5분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올렸고 골대로 달려들던 에드가 실바가 머리로 받아 넣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 2011년 인천에서 프로에 데뷔한 유준수는 경주 한수원을 거쳐 울산 현대-상주 상무 그리고 부리람으로 이적했다. 고려대 시절 팀의 주포로 큰 기대를 받고 2011 K리그 드래프트에서 인천에 1순위로 지명됐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인천에서 뛰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하며 방출됐다.
인천과 3년 계약을 했지만 2년 만에 잘린 그를 받아주는 구단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내셔널리그로 떠났다. 그 곳에서 유준수는 184cm의 신장을 앞세워 중앙 수비로 변신했다. 한수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유준수는 울산의 선택을 받았다. 울산 미포조선을 이끌던 조민국 감독이 내셔널리그 챔프전에서 활약을 펼친 유준수를 울산으로 이끈 것. 자신이 울산의 지휘봉을 잡으며 만든 결과였다.
울산에서 유준수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중앙 수비수는 물론이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까지 맡았다. 하지만 병역 해결을 위해 2016년 상주 상무에 입대했다. 그는 상주 제대 후 울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태국으로 눈을 돌렸다. 부리람은 유준수와 몇 명의 선수를 고민한 끝에 그를 영입했다.
부리람에서 유준수는 복덩이다. 전북을 상대로 펼친 경기 뿐만 아니라 ACL 조별리그서 만났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을 상대로 골을 기록하며 부리람에 16강 진출 희망을 안겼다. 당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광저우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치열했던 경쟁서 승점을 따냈다.
유준수는 경기를 마친 뒤 "전북은 정말 강한 팀이다. 그러나 우리도 태국에서 분명 강팀이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홈에서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원정 보다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다. 태국 리그도 만만한 리그는 아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굉장히 습하다. 이 곳에서 새로운 축구를 배우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독님께서 신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울산에서 수비수로 뛰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여러 포지션에서 뛰면서 기회를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중이다. 특히 이미 한국 선수가 부리람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고슬기 선수 만큼 더 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경기 당일인 8일 생일인 그에게 태국 팬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한국어로 불러줬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태국팬들에 대해서는 "이 곳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팬들도 큰 응원을 보내주시지만 그 보다 더 열광적이고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래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축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2차전도 꼭 좋은 결과를 얻어 부리람 팬들에게 좋은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