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최근 3년간 성적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4월 성적은 모두 좋았다. 그러나 그 기세를 잇지 못했다. 5~7월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대개 강호들은 월별 성적의 편차가 크지 않다. 돌려 말하면 ‘여름 약세’는 SK가 강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5년은 4월을 12승10패로 출발했다. 5월도 12승12패1무로 5할은 했다. 그러나 6월에 10승12패로 처졌다. 그리고 8월에 9승16패로 무너지며 ‘3강 후보’라던 팀이 진땀나는 5강 레이스를 벌어야 했다. 2016년도 4월 출발은 좋았다. 16승9패였다. 하지만 5월에 9승15패를 기록하며 4월에 번 승수를 다 까먹었다.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 것은 5강 탈락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에는 7월이 문제였다. 4월 14승11패, 5월 12승12패1무, 6월 17승9패를 기록했으나 7월에 8승15패로 부진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4월 성적 합계는 42승30패로 두산(42승27패2무)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5월(.458)과 7월(.413), 그리고 8월(.440)에는 모두 5할 아래의 성적을 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였다.

올해도 출발은 기가 막히다. 3월에 5승2패, 4월에 15승8패를 기록하며 두산과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5월에 들어서자 경기력이 처지는 양상이 보인다. 아직 6경기 표본이지만 3승3패다. 게다가 팀의 경기력이 뚜렷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5월 평균자책점(6.06)과 팀 타율(.273)은 모두 시즌 평균을 한참 밑돈다.
선발진은 여전히 좋다. 홈런도 건재하고, 주루에서는 발전한 기미가 보인다. 수비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다. 다만 4월 초반 희망의 메시지를 이야기했던 불펜은 약간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타선의 정확도도 떨어진다. 기대를 걸었던 일부 타자들은, 적어도 성적만 놓고 보면 집단 난조에 빠질 기미까지 보인다.
팀 사이클이 저조한 시기인데, 이를 길게 끌고 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구단 안팎에서는 “4월 말부터 몇몇 부분에서 이상조짐은 있었다. 다만 힐만 감독이 일단 기존 선수들을 믿고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중한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초반처럼 다 맞아 떨어질 때는 굳이 벤치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의 성적때문이 아니라 여름을 버틸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6연패를 당한 것도 아니고, 팀은 여전히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문제를 굳이 확대해석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힐만 감독은 “여름이 승부처”라는 말을 하곤 했다. 스스로 지난해 느낀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여름에 대비한 긴 호흡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것이 라인업이나 보직의 조정이 될 수도 있고, 혹은 1-2군 차원의 순환이 될 수도 있다. SK 2군은 근래 들어 콜업 예비 자원이 가장 풍부한 시기다.
SK는 여전히 승패차가 ‘+10’ 이른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길게 볼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만 잘 버티면, SK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기에 지금이 더 중요하다. 힐만 감독은 지금까지 팀을 훌륭하게 잘 끌고 왔다. '관리자'로서의 능력은 확실히 탁월하다. '승부사'로서의 면모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