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던 MBC가 또다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세월호 사태 관련 왜곡 보도가 이뤄진 걸 반성한다던 MBC가 관련 영상을 잘못 활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9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모자이크로 처리돼 방송된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습니다"라며 사과문을 냈다.
5일 방송에서 제작진은 출연자인 이영자의 '먹방' 장면을 뉴스 형식으로 전하는 장면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장면을 활용했다. 이영자의 어묵 '먹방'이 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희화화하는 표현과 연관돼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
2014년 4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에 관해 MBC는 뼈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최승호 사장이 임명된 후 새 단장한 '뉴스데스크'에서 박성호 앵커와 손정은 아나운서는 MBC가 스스로 가장 잘못한 보도로 세월호 사건을 떠올렸다.
"세월호를 구하지 않고 정권을 구했고 정부의 입이 돼 권력에 충성했다"며 앞서 전원 구조 오보, 희생자 보험금을 다룬 기사, 해경을 희생양 삼아 꼬리자르기, 선정적 이슈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안긴 점 등을 시인했다. 허리 숙여 반성의 인사를 시청자들에게 하기도.
최승호 사장 역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MBC는 올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라며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이후 MBC는 보도 측면에서 몇 가지 잡음이 일긴 했지만 과거와 다른 취재 내용으로 시청자들을의 돌아선 마음을 달랬다. 뉴스 뿐만 아니라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참신한 예능 프로그램이 안방에 호평을 얻으며 전성기를 되찾는 데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의 뼈 아픈 실수 때문에 돌아섰던 시청자들이 다시 등을 돌리고 있다. 사장부터 버림받았던 주요 인력들이 다시 돌아온 MBC이지만 고인 물은 쉽게 정화되지 않는다며 씁쓸하다는 목소리를 쏟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승호 사장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MBC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또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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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지적 참견 시점',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