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상위 10위권에 외국인 투수들이 가득하다. 토종 투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10일 오전 현재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부터 5위는 모두 외인 투수들이다. 1점대에 빛나는 1위 헨리 소사(LG·1.42)를 필두로 2위 앙헬 산체스(SK·2.25), 3위 왕웨이중(NC·2.40), 4위 세스 후랭코프(두산·2.60), 5위 에스밀 로저스(넥센·2.98) 순으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투수로는 양현종(KIA·3.05)이 6위로 가장 높다. 이어 7위 조쉬 린드블럼(두산·3.22), 8위 타일러 윌슨(LG·3.43), 9위 문승원(SK·3.76), 10위 팻딘(KIA·3.80) 순이다. 리그 평균자책점 상위 10명에 국내 투수는 양현종과 문승원, 단 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20번의 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상위 10위에 국내 투수가 3명 이상 들지 않은 적은 없었다. 지난 2013~2014년 2년 연속 3명이 가장 적은 숫자. 올해는 자칫 처음 국내 투수가 2명 이하에 그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외인 도입 초창기에만 해도 타자들이 득세했고, 평균자책점 순위는 국내 투수들이 득세였다. 1998~1999년은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모두 국내 투수들. 2000~2001년 9명, 2002년 7명, 2003년 6명, 2004년 7명, 2005년 8명, 2006~2007년 6명, 2008년 9명, 2009년 8명, 2010년 7명, 2011년 5명, 2012년 7명으로 국내 투수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2013~2014년 외인 투수들의 활약으로 평균자책점 상위 10명에 2년 연속 3명에 그쳤다. 2015~2016년 5명으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지난해 4명 그리고 올해는 현재까지 2명으로 줄었다. 꾸준히 활약한 장원준(두산·7.01), 윤성환(삼성·6.75), 차우찬(LG·8.42) 유희관(두산·8.64) 등이 집단 슬럼프에 빠져있고, 김광현(SK·3.23)도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이라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수년간 활약해온 베테랑 투수들의 하락세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세대들이 치고 올라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풀타임 선발 2년차 문승원의 성장이 반가운 이유. 이외 평균자책점 11위 최원태(넥센·3.86), 12위 이재학(NC·3.88), 13위 임찬규(LG·3.92) 등 20대 투수들이 1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판을 뒤집어 놓을 수준은 아니다. 20위 고영표(KT·5.49)와 23위 한현희(넥센·5.65)도 기복이 심하다.
지난해 급성장했던 박세웅(롯데) 임기영(KIA) 장현식(NC) 등 특급 선발 영건들이 부상으로 아직 던지지 못하거나 뒤늦게 합류한 영향이 크다.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인 박세웅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8위(3.68)로 이 부문 10위권에 유일한 20대 국내 투수였다. 젊은 투수들의 회복과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 시즌 최초로 평균자책점 10위에 국내 투수 2명 이하 시즌이 될 수 있다. 가볍게 볼 수 없는 현실이다. /waw@osen.co.kr
[사진] 양현종-문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