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 '롯데' 이병규의 진심, "LG팬에게 미안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5.10 06: 10

 LG 트윈스에서 7번과 9번을 달고 뛰던 이병규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9번 이병규는 은퇴했고, 올해부터 91번을 달고 타격코치로 복귀했다. 7번 이병규는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를 떠나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맨이 된 이병규(35)는 16번 유니폼을 입고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나섰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병규는 타석에서 헬멧을 벗어 1루쪽 LG 관중석과 본부석, 3루쪽까지 3차례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LG팬들은 이병규를 향해 박수를 보내며 따듯하게 맞이했다. 
# "LG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9일 경기 전, 잠깐 시간을 낸 이병규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른 손목에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전날 4회 1사 2루에서 2루수쪽 내야 안타를 친 후 1루수 김현수와 충돌이 있었다. 2루수의 송구가 빗나가면서 이를 잡으려던 김현수와 1루 베이스를 밟은 이병규가 부딪히며 둘 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병규는 "넘어지면서 손으로 짚었는데 약간 통증이 있다. 큰일날 뻔 했다"며 "뛰어가는 데 현수가 공을 잡으려고 하면서 동선이 겹쳐졌다. 부딪히는 순간, 몸에 힘을 빼면서 점프한 덕분에 충격이 완화됐다. 다행히 둘 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 1루수가 아닌 김현수가 공만 보고 잡으려다, 1루 베이스를 향해 주루 선상으로 뛰어 온 이병규를 보지 못했다.
수 년 간 뛰던 팀을 떠나 새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친정팀 구장을 찾으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곤 한다. 이병규는 조금 각별한 마음이었다. 인사할 때 소감을 묻자 그는 "LG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잘 하다가 LG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렇게 팀을 떠나서..."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LG에서 2014년 LG 4번타자를 맡아 타율 3할(.306) 16홈런 87타점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4시즌이 커리어하이였다. 2017년에는 19경기 출장에 그쳤고, 40인 보호 선수에서 제외돼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다. 
LG팬들은 떠난 이병규를 아쉬워했고, 이병규는 LG에서 뛰는 동안 응원해준 만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병규는 "LG팬들에게 인사하면서 박수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생각해주는 LG팬들이 아직도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 박수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며 LG팬들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내 역할은 주전을 받쳐주는 것이다"
이병규는 새 팀에서 시즌 초반 개인 성적도 좋다. 8일까지 타율 3할2푼3리 5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이다. 주전이 아니라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4월에 팀이 부진할 때 쏠쏠한 활약을 했다. 외야진이 두터워  지명타자, 대타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규는 "스프링캠프부터 감독님께서 '경기에 뛸 선수다. 무리하지 말고 몸을 만들며 준비하라'고 하셨다. 캠프에서 힘이 안 떨어졌고, 귀국해서도 꾸준히 준비가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봐서 이병규는 롯데 라인업에서 백업이다. 이병규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초반) 팀이 안 좋을 때 내가 들어가서 잘 해서 기분이 좋았다. '기회를 잡아야지'가 아니라 구멍난 공백을 잘 메웠다는 것에 기분 좋다는 의미"라며 "내가 주전 대신 잘 해주고, 주전들이 돌아와 잘하면 팀은 더 좋아질 것이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덧 팀의 고참이다. 이병규는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나는 이제 나이도 있고, 고참으로서 그런(백업과 대체자) 역할을 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지만 주전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요즘 야구장에 나올 때마 '즐겁게 나오자'라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그는 "성적이 좋든 안 좋든 결과에 관계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장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이 또한 좋은 성적이 비결로 들렸다. 
'잔부상 당하지 말고 계속 잘 하라'는 덕담을 건네자 이병규는 "이미 올해 성적은 다 한 것 같지 않나요"라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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