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오른 마운드.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롯데 자이언츠 신예 투수 윤성빈(19)은 이제 그의 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윤성빈은 지난 9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해 1차 지명 투수 윤성빈은 1년 간 어깨 통증을 털어낸 뒤 지난 겨울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해 개막 선발 로테이션까지 진입했다. 박세웅의 부상 공백도 윤성빈의 선발진 진입의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 개막 이후 보여준 행보는 기대 이상, 상상 그 이상이었다.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에 미지에 있던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 변화구의 완성도까지 보여주면서 신예 답지 않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3월25일 SK와의 데뷔전에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5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달 7일 사직 LG전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 역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치기도 했다. 당시 윤성빈의 데뷔 첫 선발승은 올 시즌 롯데의 첫 선발승이기도 했다. 첫 승이후 치른 지난달 13일 KIA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호투로 잠재력을 확실하게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윤성빈의 호투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지만 팀의 선발진이 윤성빈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윤성빈을 둘러싼 팀의 상황이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윤성빈이 개막 초반 예상 외의 호투를 선보이던 가운데, 다른 선발 투수는 예상 외의 부진에 휩싸였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와 브룩스 레일리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위용을 전혀 선보이지 못했다. 박세웅이 선발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김원중과 송승준은 각각 부진과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이제 갓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윤성빈이 팀 내 가장 기대되는 선발 자원이 된 것. 5선발 포지션에서 졸지에 토종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해야만 했다.
하지만 첫 풀타임을 치르는 윤성빈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0일 SK전 4이닝 3실점, 26일 KT전 4⅔이닝 5실점으로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데서 오는 체력적인 부담, 그리고 심리적인 부담이 결합된 결과였다. 결국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예정돼 있던 엔트리 말소였다. 다만, 선발진이 붕괴됐던 팀의 상황상 윤성빈은 좀 더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뒤 엔트리에서 빠졌다.
윤성빈은 돌아와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다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3경기 연속 5이닝 미만을 소화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윤성빈의 데뷔 첫 시즌, 이런 성장통도 각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터. 더 잘 던져주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었다. 만약 윤성빈이 잠시 마운드를 이탈했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윤성빈이 없는 열흘 간 선발 로테이션은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듀브론트가 회복세를 보이며 시즌 2승 째를 수확했고 레일리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원중도 마찬가지. 또한 송승준의 대체 선발 자리에 들어선 노경은까지 노익장을 과시하며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이제 윤성빈은 5선발이자 선발 기대주 자리로 돌아와도 무방하다. 이제 제 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부담을 털고, 어깨의 짐을 덜어내고 자신의 투구를 펼치기만 하면 된다. 아직 윤성빈을 기다릴 시간은 충분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