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번즈의 현재, 계속되는 딜레마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5.10 13: 02

딜레마의 인물이다. 알쏭달쏭하다. 살아나는 듯 했지만, 그 기세가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28)의 이야기다.
번즈는 올 시즌 27경기 타율 2할4푼3리(103타수 25안타) 2홈런 8타점 1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72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당연히 아쉬운 성적이다. 부상으로 이탈 중인 아도니스 가르시아(LG), 부진으로 장기간 2군에 머물고 있는 지미 파레디스(두산)을 제외하고 1군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타율과 OPS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도 못했다.
이미 번즈는 개막 초반 타격 부진으로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간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타격이 흔들리자 장기인 수비마저 흔들렸기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8일 사직 한화전 다시 복귀했고 복귀 후 5경기에서는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2타점으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번즈는 이후 4경기에서는 14타수 2안타의 침묵에 빠졌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번즈로 되돌아왔던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1군 엔트리 말소 이전 공격과 함께 흔들렸던 수비에서는 큰 실수 없이 수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번즈는 지난해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 큰 기여도를 남겼다. 지난해 롯데 내야진의 안정과 투수진의 호투에는 번즈가 포진한 센터라인의 힘이 컸다. 폭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중견수 방면과 1-2루간으로 빠지는 타구들을 철통같이 걷어낸 그의 역할은 롯데 상승세의 숨은 원동력이었다. 그와 함게 따라온 공격에서의 폭발은 보너스와 같았다.
그래도 외국인 타자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공격력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번즈는 올 시즌 이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2년 차 시즌으로 적응력이 생겼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타율 3할3리 15홈런 57타점 OPS 0.860에 준하는 성적이라면 논쟁의 여지가 없다. 번즈는 공수를 갖춘 최고의 외국인 내야수로 칭송받을 것이지만 현재 번즈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번즈의 문제는 타구의 질이 날카롭지 못하다는 것. 번즈는 올 시즌 땅볼/뜬공 비율 1.35를 기록 중이다. 뜬공보다 땅볼이 많았다. 지난해 땅볼/뜬공의 비율은 0.74. 뜬공의 비중이 컸다. 기본적으로 공을 띄우지 못하니 타구들이 내야를 벗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지난해 38개의 2루타를 뽑아내며 라인드라이브 히터의 성향을 보였던 번즈였지만 올해는 타구가 내야를 넘기는 것조차 힘들다. 
시즌 초반 공격에서의 부진이 수비에서의 불안함까지 야기했던 상황을 경험했던 번즈와 롯데다. 공격의 부진이 심화될 경우 수비에 다시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겨우 상승세로 돌아선 롯데 입장에선 번즈의 수비 불안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번즈의 입지는 서서히 좁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 팀 타율 2할8푼5리, 팀 OPS 0.789로 모두 리그 6위에 올라 있는 타선이다. 공격력에서 힘을 실어줄 외국인 타자가 있다면 팀의 공격력도 배가될 수 있다. 현재 번즈가 해주지 못하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다른 선수가 대신 해준다면 롯데의 공격력도 달라질 수 있다. 타격의 유혹이다.
그러나 번즈의 수비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섣불리 번즈의 교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냉정하게 번즈의 2루 수비를 능가할 수 있는 팀 내 자원은 없는 것이 사실. 번즈가 가져다주는 수비의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센터라인의 한 축이 무너질 경우에 대한 대비가 쉽지 않다.
결국 번즈의 타격 부진이 딜레마를 낳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조선시대 성리학의 예법을 두고 서인과 남인이 갑론을박을 벌인 예송논쟁에 빗대어, 번즈의 효용성을 논하는 '번송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번즈의 모습이다. 롯데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번즈가 지금의 수비력을 유지한 채 공격에서 반등을 이뤄내기를 바라는 것일 터. 그러나 지금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생각을 다시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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