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던 이들의 아픔과 슬픔이 다시 한 번 스크린에 그려졌다.
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이철수(전수현 분)의 의문사 이후로 시간이 멈춰 있는 엄마 명희(김부선 분)를 이해할 수 없던 딸 희수(김꽃비 분)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랭크업 이후 3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1980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 이철규 변사사건의 시공간을 교차시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3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까지 고통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박기복 감독은 “사람마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한 가지 꿈이 있는데 저는 한 번쯤은 죽기 전에 20대 청춘의 열망과 절망 희망을 담은 80년대를 꼭 한 번 그려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광주를 떠난 지 꽤 됐는데 광주에 가끔 가서 지인들을 만나 보면서 그 전의 영화들은 닫힌 공간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영화를 한다면 열린 구조에서 80년대라는 거대한 담론을 담고 싶었다. 광주에서 머물지 않으려면 영호남이 함께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철수 철우 형제를 경상도 출신으로 설정하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게 해서 영호남이 합쳐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딸 희수 역의 김꽃비는 “5 18 소재의 영화가 처음이 아니고 그동안 여러 작품이 있었다. 왜 똑같은 소재를 계속 하냐 지겹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잊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속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다르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지만 다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부선과 모녀호흡을 맞춘 김꽃비는 김부선에 대해 “정이 많으신 분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정의로우신 분이고 저도 목소리 내는 편이다보니까 김부선 선배님과 특별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느낌이었다.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철우 역의 김효명과 어린 명희 역의 김채희는 “사실 5.18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일이다보니까 책이나 사진으로 본 게 다여서 몸으로 느끼는 공감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영화를 들어가게 되면서 찾아보다 보고 설명을 듣고 하니까 제 주변에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라는 것에 공감이 되었고 촬영하면서 더 알아본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철수 역의 전수현은 “저는 전라도 광주 출신이다. 저희 외할아버지가 5·18 국립묘지에 안치해 계셔서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학교에서도 배웠는데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많이 모르더라. 가슴이 아팠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역사를 제대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점에 대해 “저는 기본적으로 80년 5월 18일이라는 것이 숫자의 상징성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광주에서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그 전에 부마항쟁과 광주항쟁은 쌍둥이 같은 존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부마항쟁은 사라지고 광주만 강조되고 있다. 일시적으로 일어났던 싸움이 아니라 80년대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먹먹해지면서 많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는 16일 개봉한다. /mk324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