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내려 놓았다" 박진형, 미소 되찾고 복귀 시동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5.11 10: 02

"대표팀이요? 다 내려놓았죠."
지난 10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24)의 표정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오히려 밝았다.
박진형은 지난 1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오른쪽 어깨 통증이 있었고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우측 어깨 근육 염증이 있어 재활 후 복귀까지 약 3주 정도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박진형은 올 시즌 롯데 필승조의 한 축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박진형의 올 시즌 초반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필승조로 조정훈과 함께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자신감과 구위는 사라졌다. 올 시즌 1군 말소 전까지 13경기 3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다. 
사실 박진형에게 올 시즌은 중요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던 그였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도 참가해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그였다. 지난달 9일 발표된 109명의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박진형의 이름은 포함됐다.
국가대표팀이라는 영광,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따라오는 병역특례는 당시 선동열호에 승선한 선수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아직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걸린 시즌이면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 그리고 의욕이 충만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박진형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도 있었고 의욕도 있었다. "첫 경기부터 자신감은 있었다"는 것이 박진형의 말. 하지만 필승조로 접전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등판하는 가운데 실책, 빗맞은 안타, 내야 안타 등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3승을 거뒀지만 블론세이브도 4개. 
그는 "제구가 잘 된 공들도 빗맞은 안타나 번트 안타 등의 결과로 계속해서 나오다보니 더 흔들리게 됐다"면서 "지난해 초반과도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역시 박진형은 봄인 5월에 선발 투수로 뛰면서 1패 평균자책점 7.50으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보직은 다르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를 믿고 써준 투수 파트 김원형 코치에게도 미안함 뿐이었다. 박진형은 "(김원형) 코치님께서 내려가기 전 '괜찮다'고 해주셨다. 그동안 신뢰를 주셨고 신뢰에 대한 보답을 제가 해야하는데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니 죄송했다"고 고개를 숙인 박진형이었다. 
결국 모든 일의 근원은 부담 때문이었다. 운이 없었다고는 하나, 시즌 초반 그의 구위나 제구 모두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고, 부상까지 찾아왔다. 그는 "대표팀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그 부분 때문에 힘들었다. 표정도 많이 안 좋았다. 그때 손승락 선배님께서 많은 말씀을 해주셔서 그 다음부터는 좋아지는 듯 했다"고 말했다.
마무리 손승락은 박진형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을까. 그는 "손승락 선배님께서 데뷔 초반 선발을 하실 때 승리를 계속 거두다가 부상으로 대표팀에 가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더라. '당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나처럼 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와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려놓기의 시작이었다.
다만 내려놓기를 시작하고 좋아지려고 하는 찰나, 부상을 당했다. 이제는 오히려 홀가분해진 박진형이다. "대표팀에 대해서는 이제 다 내려놓았다.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고, 못 가면 못 가는 것이다"면서 대표팀 합류에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게 되는데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표정도 한결 밝아진 모습.
일단 박진형은 1군 말소 이후 재활군에 합류해 이번 주 초부터 캐치볼을 시작했고 지난 10일, 첫 불펜 피칭까지 마쳤다. 복귀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 그는 "아직 밸런스가 완전치 않다. 어떤 느낌으로 불펜 피칭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불펜 피칭 때는 더 좋아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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