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예기치 못한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다. 팀의 한 축을 지탱하던 선수 한 두명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할 경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이때 위기를 타개하는 힘은 두터운 선수층이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은 선수 한 두 명의 이탈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묵직하게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나아간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일 잠실 LG전을 7-2 승리로 장식하면서 5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을 달렸다. 순위는 어느덧 6위까지 올라섰고, 승패의 적자 폭은 3까지 줄어들었다. 현재 17승20패의 성적. 개막 극초반 연패에 빠졌을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롯데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완연한 상승세로 접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를 앞두고는 비보가 전해졌다. 외야 센터라인과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민병헌이 부상으로 잠시 1군을 떠나게 된 것. 민병헌은 지난 9일 잠실 LG전 4회초 안타로 출루한 뒤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슬라이딩을 했다. 이후 오른쪽 옆구리에 불편함을 느꼈다. 4회말 수비는 그대로 소화했지만 결국 5회말부터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10일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부상은 생각보다 컸다. 우측 옆구리 내복사근 2cm 파열 진단을 받아 회복까지 3~4주 정도 소요된다는 진단을 받은 것. 이날 민병헌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나경민이 1군에 등록됐다.

민병헌은 올 시즌 34경기 타율 3할2푼2리(121타수 39안타) 3홈런 15타점 18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23의 기록을 남기며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 후 첫 시즌 연착륙을 해가고 있었다. 개막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고, 득점권 타율(0.214)이 다소 낮은 편이지만, 민병헌의 생산력과 기동성, 그리고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롯데에 가져다 준 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민병헌의 부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지난 10일 경기를 통해서는 다소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역시 외야진이었다. 8회초 안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2루에 위치한 전준우가 주루 과정에서 상대와의 충돌로 얼굴 쪽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코에 흉터가 남았지만 일단 경기는 모두 소화했다. 손아섭도 이날 경기 중 사레가 들린 장면이 포착됐고 지난 6일 문학 SK전에서 담 증세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예정이었다. 당시 경기는 우천 취소가 됐다.
민병헌의 이탈, 그리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에서 선수층을 어떻게 운영해 공백을 관리하느냐가 과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롯데의 외야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라는 것.
일단 민병헌의 장기 이탈에 대한 대비는 전준우, 이병규, 김문호라는 수준급 자원들이 뒤에 있다. 이들은 출장 기회를 나눠가지면서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이병규가 절정의 타격 페이스를 자랑하다가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전준우가 최근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기록하면서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김문호도 이따금씩 대타 등으로 기회를 잡아가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누가 주전으로 나서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라인업이다. 또한 대주자 자원이지만 나경민이 다시 1군에 올라왔고 현재 1군 엔트리에서는 정훈도 외야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전준우와 손아섭의 이탈이라는 공백에도 어느 정도 유연한 대처는 가능하다.
유연한 대처는 가능할 지라도 이들이 어떻게 주전급들의 공백을 무리 없이 채워주느냐느 또 다른 문제다. 선수층이 예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 선수층을 시험해 볼 기회가 있어야 했다. 어쩌면 현 시점이 두터워진 선수층을 시험해 볼 기회라고 봐야 한다. 폭넓은 선수층이 상승 분위기를 끊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느냐. 롯데 선수층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