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될 선수다".
한화는 지난해 9월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인천고 내야수 정은원(18)을 뽑았다. 한화가 정은원을 호명하는 순간, 몇몇 팀에서 탄식이 흘렀다. 그의 지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팀들이었다. 코너 내야수를 제외한 고교 중앙 내야수로는 가장 먼저 정은원이 부름을 받았다.
당시 정은원 지명을 이끈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우리도 정근우 다음을 생각할 때였다. 오선진도 있지만 벌써 30살이다. 2루수·유격수 쪽에 키울 선수가 필요했다. 2라운드에 정은원을 지명할 계획도 갖고 있었지만 투수가 필요해 3라운드에 뽑았다. 다른 팀에 뺏기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정근우 대체자로 되겠다고 봤다. 무조건 될 선수"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인천고 시절 유격수로 뛴 정은원은 남다른 수비력으로 인정받았다. 어깨는 아주 강하지 않지만 발놀림, 볼 핸들링, 송구 정확성은 프로 수준이었다. 박종훈 한화 단장도 지난 1월 신인 훈련 때 정은원에 대해 "수비만 보면 당장 1군으로 써도 되겠다. 우리 미래의 스타가 될 것이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정훈 팀장은 "수비뿐만 아니라 발이 빨라 주루도 좋다. 타격도 아직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지만 흡수를 잘한다. 지명을 마친 뒤 (팀 합류 전) 11월에는 학교를 찾아가 타격 지도를 했다. 몸통을 잡아놓고 손부터 내는 동작을 가르쳤는데 곧잘 따라했다. 센스가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몸에 힘이 붙으면 더 좋아질 것으로 봤다. 키도 크고, 힘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조상우 공을 홈런으로 만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정은원은 지난달 1일 1군 엔트리에 처음 올랐다. 2군에 한 번 내려갔다 5월 첫 날 다시 콜업됐다. 지난 8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 조상우의 152km 강속구를 받아쳐 중월 투런 홈런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가 6년 만에 넥센전 스윕을 거두는 데 있어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정훈 팀장은 그날 밤 모바일 메신저로 정은원에게 "1호 홈런 축하한다. 앞으로 힘들고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이겨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정은원도 "열심히 해서 잘 버티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후 2경기 연속 선발 2루수로 나와 폭넓은 수비 범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선배 정근우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한화 신인 선수는 정은원뿐만이 아니다.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뽑은 좌완 박주홍은 개막 엔트리에 들어 지금까지 1군에 남아있다. 17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범 5.06을 기록 중이다.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뽑은 우완 김진욱도 2000년생 최초 선발등판 기회를 얻는 등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순수 신인 선수가 올해 3명이나 1군에서 출장한 건 한화와 두산(곽빈·박신지·김민규) 두 팀뿐이다. 미래를 봐도 긍정적 요소다.
직접 뽑은 신인들의 활약에 이정훈 팀장은 요즘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정훈 팀장은 "현장 코칭스태프 덕분이다. 서산 2군에서 잘 가르쳤고, 1군에서 한용덕 감독이 잘 써주고 있다. 신인을 과감하게 쓰기 힘든데 한 감독 용병술이 대단하다. 아무리 잘해도 2군에 있으면 2군 선수다. 지금은 신인들도 쓰면서 팀이 젊어졌다. 기존 선수들도 긴장해야 하고, 여러모로 팀이 좋아지고 있는 게 보인다"고 기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