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안영명 휴식, 한화 패배에도 빛난 원칙야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12 06: 05

"아예 출근하지 말라고 그럴 걸". 
한화 한용덕 감독의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11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과 안영명에게 휴식을 선언했다. 정우람은 지난 8~10일 고척 넥센전에서 3연투하며 3이닝 총 53구를 던졌다. 안영명도 9~10일 넥센전에서 2연투하며 3⅓이닝 40구를 소화했다. 
한용덕 감독은 "두 선수는 완전한 휴식이다. 정우람은 3연투인데도 공이 좋더라. 하지만 좋다고 자꾸 쓰면 선수가 망가질 수 있다. 피로가 쌓이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불펜에 가지 않고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덕아웃을 지켰다. 

공교롭게도 경기 상황은 두 투수를 필요로 했다. 9회말 김태균의 극적인 투런포로 2-2 동점을 만든 한화는 연장 10회 서균, 11회 박주홍을 투입했다. 이에 앞서 2점 뒤진 8~9회에는 이태양과 박상원을 썼다.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젊은 투수들로만 승부했다. 
결과는 패배. 박주홍이 연장 11회초 노진혁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맞고 2-4로 패했다. 당장 눈앞의 1승을 위해서라면 정우람·안영명을 투입할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선 불펜 대기를 하지 않던 투수들이 '자원' 등판하며 승부처에 나서곤 했지만 한용덕 감독은 원칙을 지켰다. 
올 시즌 한화의 가장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쉴 때 확실하게 잘 쉬고 있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불펜에서 스파이크를 신고 대기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쌓일 수 있다. 대기조가 아닌 투수들은 불펜에도 안가게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 73개 공을 던진 롱릴리프 이태양은 8일 넥센전까지 불펜 대기하지 않고 쉬었다. 
한용덕 감독은 투수 운용에 있어 확실한 원칙을 정해놓았다. 투구수 30개가 기준이다. 한 감독은 "하루 던질 때 투구수 30개를 기준으로 잡는다. 30개 넘으면 하루 쉬고, 그렇지 않으면 이틀 연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원칙을 흔들지 않았다. 구원 30구 이상 던진 투수들의 평균 휴식일은 4일.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투수들뿐만이 아니다. 11일 NC전을 앞두고 한용덕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에게 '오후 5시까지 출근'을 지시했다. 경기시작 1시간30분 전까지 푹 쉬다 오란 뜻이었다. 한 감독은 "요즘 선수들이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해서 힘들 것이다. 지금은 연습이 중요할 때가 아니다. 잘 쉬고 난 뒤 경기할 때 집중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마음의 여유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졌지만 원칙은 무너지지 않았다. 패배 속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확인한 하루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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