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산다" 배영수, 하루살이 정신으로 2100이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12 09: 02

"오늘만 산다!"
한화 투수 배영수(37)의 모자챙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문구다. 그 이유에 대해 배영수는 "지금 내가 딱 하루살이 인생 아닌가"라고 웃으며 답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말에 배영수의 진심이 담겨있다. 언제 어떻게 집어삼킬지 모르는 세대교체의 파도 속에서도 배영수는 하루살이 정신으로 생존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대전 NC전이 그랬다. 이날 배영수는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7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 호투를 펼쳤다. 시즌 두 번째 QS이자 첫 QS+. 한화 토종 투수로는 처음이었다. 최근 3경기 연속 3실점 이하 투구로 안정감을 이어갔다. 30대 베테랑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한화는 마무리 정우람, 셋업맨 안영명이 휴식 및 관리를 위해 경기조에서 빠졌다. 선발 배영수의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했다. 롱릴리프 이태양을 뒤에 붙여놓았지만, 이왕이면 선발이 오래오래 버티는 게 최상이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는 없었지만 7회까지 버텨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었다. 
경기 초반은 불안했다. 1회 1사 후 김성욱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는 공 9개로 삼자범퇴 요리했지만 3회 1사 후 이종욱에게 우측 2루타, 김성욱에게 좌전 안타, 나성범에게 중월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볼넷을 주며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영수의 노련미가 빛났다. 모창민에게 3구째 몸쪽 포크볼로 파울을 유도한 뒤 바깥쪽 낮은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선 박석민을 상대로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걸었다. 6구째 몸쪽 낮게 떨어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잡고 대량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4회부터 7회까진 4연속 삼자범퇴 행진. 아웃카운트 12개 중 7개가 내야 땅볼, 4개가 삼진이었다. 특히 6회 2사에서 박석민을 3구 삼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몸쪽 살짝 걸치는 절묘한 포크볼로 핀포인트 제구력을 자랑했다. 7회 정범모도 바깥쪽 137km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공은 빠르지 않아도 제구가 완벽하게 이뤄졌다. 
이날 배영수의 총 투구수는 107개로 스트라이크 74개, 볼 33개. 최고 142km짜리 직구(46개)보다 포크볼(38개)·슬라이더(23개) 등 변화구 비중이 더 높았다.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중심으로 10개의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탈삼진 7개도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었다. "요즘 컨디션이 좋다"던 배영수의 자신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울러 배영수는 6회 스크럭스를 삼진 잡고 KBO리그 역대 5번째 개인 통산 2100이닝으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경기를 마치고 난 뒤에는 2101⅔이닝으로 늘어났다. 배영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송진우(3003이닝)-정민철(2394⅔이닝)-이강철(2204⅔이닝)-김원형(2171이닝) 등 4명뿐. 현역 선수 중에 최다이닝 기록이다. "오늘만 산다"는 하루살이 정신으로 2100이닝 고지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