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마운드가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선발은 시즌 전 구상이 100%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펜은 시즌 전 구상이 사실상 붕괴됐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빠르게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는 11일까지 25승14패(.641)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선두 두산과는 1경기차, 3위 한화와는 3.5경기차로 비교적 여유 있게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특히 김광현이 돌아오고 앙헬 산체스가 가세한 선발진은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SK 선발진은 11일까지 19승8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하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릴 켈리의 부상 이탈, 김광현의 휴식 와중에서도 거둔 성과라 더 놀랍다.
그런데 불펜이 균열 조짐을 보인다. 초반 괜찮은 흐름으로 가는 가 했던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5.78까지 떨어졌다. SK 불펜보다 평균자책점이 못한 팀은 NC(5.93) 딱 한 팀이다. 4월 5.01로 리그 평균은 됐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5월 들어 8.90까지 치솟았다. 리그 최악의 성적이다.

몇몇 선수들의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무엇보다 시즌 전 구상이 상당 부분 붕괴됐다. 그러다보니 불펜 운영 또한 원칙이 무너졌다. 최근에는 당황하고 급한 나머지 악수를 두는 경우도 잦아졌다.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SK의 시즌 전 불펜 구상은 이랬다. 서진용이 성장할 때까지 마무리는 박정배가 맡는다. 필승조는 3~4명으로 구성된다. 좌완 셋업맨 신재웅, 우완 셋업맨 윤희상, 그리고 옆구리가 필요할 때는 백인식이 나선다. 차기 마무리감인 서진용은 좀 더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쓰며 성공의 감을 쌓아주기로 했다. 김태훈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임무를 맡고, 나머지 선수들을 돌아가며 활용하며 유연성을 더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굳이 따지면 신재웅이 기대했던 몫을 충실히 하고 있고, 경기마다 편차는 조금 있었으나 9번의 세이브(2블론세이브)를 따낸 박정배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도다. 필승조 전력이었던 윤희상 백인식은 부진에 빠졌고,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김주한은 부진에 1·2군을 오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서진용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시즌 초반 서진용을 좀 더 여유 있는 상황에 썼던 힐만 감독은, 다시 서진용을 승부처에 투입시키다 몇 차례 실패를 맛봤다. 현 시점에서 우완 중에서는 서진용의 구위가 가장 좋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국 숨을 고르려고 했던 서진용 프로젝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이 자체가 현재 SK 불펜이 구상대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진 봉민호 등 젊은 투수들의 가세 등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 김택형 강지광 등 6월을 목표로 대기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확고한 ‘플랜 B’로 보기에는 이 선수들의 경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고 과감한 1·2군 순환을 통한 분위기 전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벤치야 여러 가지 구상이 있겠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상황을 방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시즌 전 구상은 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 그리고 믿을 만한 선수를 바탕으로 구상을 짠다. 현장과 프런트가 머리를 맞댄다. 이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불펜 전력이 강하다고는 볼 수 없는 SK는, 어쨌든 최대한 빠르게 이 구상대로 흘러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이 문제가 아니다. SK는 이제 고작 39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2군행이 답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쨌든 힐만 감독이 지난해보다 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