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에도 적잖은 한화 선수들이 야구장을 바로 떠나지 않았다.
지난 12일 대전 NC전이 우천 취소된 한화. 최근 거듭된 타이트한 승부로 지친 선수들에겐 꿀맛 같은 단비였다. 한용덕 감독도 "지금은 연습보다 휴식이 중요하다"며 전날부터 선수들의 출근 시간을 늦추고,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훈련도 선수 자율에 맡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알아서 움직였다. 1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나타나 방망이를 챙겨 우측 외야로 향했다. 실내 연습장이 있는 곳이었다.

주전급 중에선 포수 최재훈과 내야수 오선진이 있었다. 그 외에도 포수 지성준, 내야수 김태연, 외야수 김민하 그리고 이날 데뷔 후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외야수 원혁재 등이 자율 훈련에 동참했다. 2개의 배팅 케이지에서 번갈아가며 타격을 소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우측 외야의 실내공간을 리모델링했다. 협소한 공간이지만 선수 홀로 배팅볼 기계를 치며 타격을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실내연습장을 자주 찾고 있는 오선진은 "전보다 좋아졌다. 이렇게라도 훈련을 할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모처럼 대전 홈경기 우천 취소라 일찍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퇴근하지 않았다. 대부분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거나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바깥에선 비가 내렸지만, 실내에선 계속 경쾌한 타구음이 울려퍼졌다.
한화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다. 한 선수는 "프로선수라면 시키지 않아도 모자란 게 있으면 훈련을 찾아서 한다. 별 것 아니지만 그동안 우린 그게 잘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현역 시절 연습벌레로 유명했던 장종훈 수석코치도 "마지못해서 하는 단체 훈련보다 스스로 생각하며 연습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한용덕 감독이 캠프에서부터 훈련량을 대폭 줄였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나머지 훈련을 자청하기도 했다. 오히려 한 감독이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우천 취소 후에도 퇴근하지 않고 야구장에 남아 각자 훈련한 선수들의 모습에서도 한화의 변화가 드러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