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1위’ 이재원, 역사상 첫 포수 출루율 타이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14 15: 30

SK 안방마님 이재원(30)은 독한 마음과 함께 2018년을 맞이했다. 물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앞두고 동기부여가 높아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존심과 명예 회복이었다. 수비가 FA와 관련된 측면이 강했다면, 공격은 자존심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데뷔 후 공격이 말썽을 부린 적은 없었다. 항상 잘 쳤다. 실제 이재원의 통산 타율은 2할9푼4리에 이른다. 포수로서는 최정상급이다. 주위에서도 이재원의 방망이 하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14경기에서 타율이 2할4푼2리까지 곤두박질쳤다. 출루율(.292)도 3할이 안 됐다. 직전 시즌인 2016년 이재원은 타율 2할9푼, 출루율 3할6푼4리를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였다. 이재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이재원은 이를 악물었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쉼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무너졌던 타격 밸런스를 찾고, 나빴던 점을 보완했다. 그 결과는 금세 나타났다. 타격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재원은 14일 현재 39경기에서 타율 3할6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 또한 0.988로 수준급이다.

업그레이드된 부분도 보인다. 출루율이다. 이재원은 공격적인 타자다.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초구부터 과감히 방망이가 나간다.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유형이다. 실제 이재원의 통산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은 0.074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타율의 상승폭 이상으로 출루율이 올라갔다. 올해 순출루율은 0.110이다. 39경기에서 기록한 볼넷 21개는, 지난해 114경기에 기록한 볼넷 전체(16개)보다도 많다.
그런 이재원은 출루율 부문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13일 현재 이재원은 4할7푼5리의 출루율을 기록, 그간 줄곧 1위를 달렸던 양의지(두산·0.470)를 2위로 밀어내고 리그 정상에 올라 있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 두 명이 출루율 1·2위를 달리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실제 역사상 포수가 출루율 1위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4년 박경완(당시 SK)이었다. 박경완은 4할4푼의 출루율을 기록해 역대 포수 최고 출루율 기록을 썼다. 하지만 클리프 브룸바(현대·0.468)의 벽을 넘지는 못하고 2위에 그쳤다. 2016년 강민호(당시 롯데·현 삼성)도 4할3푼3리라는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으나 리그 전체로는 5위였다.
시즌 초반의 호성적을 끝까지 이어가기는 누구나 힘들다. 결국은 평균으로 수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3~4위권과의 격차가 꽤 벌어졌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3위 제이미 로맥(SK)의 출루율은 4할5푼7리다. 4위 김현수(LG)는 4할2푼8리로, 이재원과 꽤 차이가 난다. 후발주자들도 이 출루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게다가 이재원은 높은 볼넷 비율이라는 무기가 있다. 방망이는 처질 수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타율이나 출루율 관리에는 반드시 볼넷이 필요한데, 볼넷을 고르는 능력은 리그 최고다. 이재원의 볼넷 비율은 올해 14.8%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포수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10%를 넘기는 선수다.
꼭 출루율 타이틀까지는 아니더라도, 팀 기록에는 도전할 수 있다. 포수 포지션에서는 2004년 박경완의 기록이 최고고, 전체를 따지면 2005년 김재현의 4할4푼5리가 SK 팀 기록이다. 이 기록을 깬다는 것은 이재원의 FA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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