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효율 1위' 한화 대변신, 이게 진정한 행복 수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15 06: 10

"우리 선수들 수비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요즘 덕아웃에서 자주 감탄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수비를 보며 속으로 감탄한다. "우리 선숙들 수비하는 모습에 매료됐다"는 표현을 썼다. 안정된 마운드, 빈틈없는 수비의 힘으로 상대팀을 압박하고 있다. 한화가 3위를 굳건히 하며 기대이상 선전을 하고 있는 데에는 수비의 뒷받침이 크다. 5월 10경기 팀 실책은 4개로 두산(3개)에 이어 최소 2위. 
그 결과 수비 효율 지수를 나타내는 'DER(Defense Efficiency rating)'이 .684로 리그 전체 1위다. 홈런·삼진·사사구를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를 얼마나 높은 확률로 아웃시켰는지 보여준다. 팀 실책은 28개로 최소 공동 5위로 평균이지만 DER로 보면 이 부문 2위 두산(.683)보다 높다. 지난 2년은 8위(.667), 5위(.679). 지난해까지 한화 수비는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에 빗대 '행복 수비'로 조롱받았지만, 올해는 진짜 보고 있으면 행복한 수비를 하고 있다. 

▲ 확 달라진 외야, 호잉+양성우 효과
한화 수비 변화의 핵심은 외야에 있다. 지난해까지 한화 외야는 좌우 코너가 약점이었다. 주력과 타구 판단이 느린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좌익수 양성우, 중견수 이용규에 우익수 제라드 호잉까지 평균 이상의 수비수들로 외야진을 갖췄다. 그 중 발 빠르고 어깨도 강한 호잉 효과가 크다. 
한용덕 감독은 "호잉이 우측에서 모든 타구를 다 잡아내고 있다. 호잉 같은 외야수가 둘만 있으면 수비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2루타가 될 타구들도 호잉이 잡아내니 투수들이 편해질 수밖에 없다"며 "호잉이 많은 범위를 커버해주니 이용규과 양성우까지 부담을 덜면서 시너지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채종국 한화 수비코치도 "호잉이 팀 수비 밸런스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양 사이드 모두 커버 가능한 선수라 이용규도 좌측으로 넓게 위치를 옮겨 놓을 수 있다. 양성우도 원래 수비가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양성우는 과감한 다이빙캐치와 정확한 보살을 보이며 최고 좌익수 수비로 떠올랐다. 한 감독은 "좌익수로 가서 첫 발 스타트,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했다. 
내야에선 유격수 하주석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글러브 위치를 무릎 아래로 내려놓는 식으로 준비 동작에 변화를 준 게 효과를 봤다. 그는 "글러브가 위에 있으면 타구를 따라가기가 늦다. 밑에 있으면 불규칙 바운드 대처도 되고, 다음 동작도 편하다"고 말했다. 채종국 코치는 "주석이가 타격이 안 맞는 중에도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부족한 점을 물어본다. 절대 없으면 안 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 공격적인 대시, 앞당긴 수비 위치
과거 한화 수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선수들부터 스스로 불안한 나머지 공에 달려들지 못했다. 한용덕 감독은 "예전 불안해하는 수비 모습이 안 보인다. 공격적으로 타구에 마구 대시한다. 서로 미루다 실수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불안함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한 감독이 거듭 강조한 공격적인 야구가 수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내야수 정은원, 외야수 김민하도 과감하게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다. 
전체적인 수비 위치도 앞당겼다. 지난해까지 한화는 외야수들이 워닝트랙 근처까지 깊숙하게 수비 위치를 잡아왔다. 발 빠른 외야수들이 많지 않은 상황, 장타 허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정위치였으면 뜬공으로 잡을 타구들이 안타가 되며 투수들이 맥 빠졌다. 
한화 관계자는 "투수 입장에선 외야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장타는 인정을 하지만 정위치에 잡을 수 있는 타구가 안타가 되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채종국 코치는 캠프 때부터 습관적으로 깊은 위치에 자리 잡는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상황에 따라 깊게 할 수 있지만 기본 위치를 앞당겼다. 
채종국 코치는 "짧게 치는 타자들인데 굳이 뒤에서 수비할 필요 없다. 그동안 빠른 타구에도 상대 주자가 1루에서 3루까지 쉽게 갔다. 느린 타구라면 몰라도 강한 타구에 2개 베이스 주는 건 수비 위치가 깊었기 때문이다"며 "외야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보다 앞으로 오는 타구가 더 많다. 어차피 넘어가는 타구는 잡기도 어렵다. 그 어려운 타구 하나 잡기 위해 경기 내내 계속해서 깊은 수비를 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수비 위치는 앞당겨졌고, 수비수들은 공격적으로 대시한다. 상대팀 입장에선 큰 압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화도 수비로 이길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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