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KBO리그에서 가장 화제로 떠오른 선수가 한화 신인 내야수 정은원(18)이었다.
지난 8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 조상우의 152km 강속구를 받아쳐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2000년대생 '밀레니엄 베이비' 최초의 홈런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화 역전승의 발판이 된 결정적 홈런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튿날에는 2루수로 첫 선발출장, 6회 2사 만루에서 그림 같은 호수비로 승리를 지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전으로 돌아와 NC를 상대로 한 홈경기에서 2경기 연속 안타 행진. 지난 11일은 대수비로 나와 연장 10회 NC 마무리 이민호에게 우전 안타로 쳤고, 13일에도 2회 투스트라이크에서 풀카운트를 만든 뒤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NC 선발 로건 베렛을 내렸다. 2루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아직 앳된 얼굴인 신인의 활약에 관심도 폭발적이다. 사인 요청도 많아졌다. 최근 한화 구단 관계자가 정은원에게 사인을 부탁했지만 의외의 답에 놀랐다. "아직 사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름 앞 글자 스펠링을 딴 'jew'에 등번호 43을 쓴 사인을 급조했다. 개인 사인도 생각하지 않을 만큼 야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활약과 관심에도 정은원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아졌지만 붕 뜨지 않으려 한다. 잘 될수록 더 긴장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내가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정은원을 바라보는 한화 코칭스태프의 시선에도 하트가 뿜어져 나온다. 채종국 수비코치는 "웬만한 주전 선수들보다 낫다"고 기를 북돋아준다. 정은원도 "수비는 예전부터 원래 자신 있었다. 프로 와서 코치님의 지도로 세밀한 부분을 배웠다. 덕분에 자신감이 더 올라왔다"고 말했다.
타격도 기대이상이란 평가다. 5월 1군 등록 후 7경기에서 12타수 3안타 타율 2할5푼 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 4삼진. 타석당 투구수가 5.2개나 될 정도로 공을 고르는 능력이 좋다. 한용덕 감독은 "방망이 치는 그림이 괜찮다. 공을 고르는 선구안도 좋고, 계속 경기 나가면 잘 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정은원은 "변화구를 잘 못 치다 보니 공을 많이 보고, 더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환호나 응원도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아직 군기가 바짝 든 정은원이 들뜨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