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지났다. 1군 재등록이 가능한 날에도 정근우(36·한화)는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정근우는 지난 5일 1군 엔트리 말소됐다. 올 시즌 리그 2루수 중 최다 8개 실책을 범하며 불안감을 노출했고,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지난 15일 대전 KT전부터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했지만, 이날 정근우는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위해 강화에 있었다.
SK 2군과 퓨처스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정근우는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퓨처스 6경기에서 23타수 12안타 타율 5할2푼2리 1홈런 2타점 6득점 1볼넷 맹활약하고 있다. 6경기 중 5경기에 2안타 이상 멀티히트로 무력시위. 2군 자체 MVP에도 선정됐다.

사실 1군에서도 정근우의 타격감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출발이 더뎠지만 1군 33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 2홈런 12타점 13득점을 기록했다. 엔트리 말소 전 10경기에서 28타수 9안타 타율 3할2푼1리였다. 수비가 흔들릴 때도 대타로 나올 만큼 방망이 솜씨는 살아있다.

그러나 정근우의 문제는 타격이 아니라 수비. 한화 한용덕 감독은 "근우의 1군 복귀는 조금 더 지켜보려 한다. 수비를 많이 나가고, 공도 받아야 한다. 움직임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며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너무 많은 실책을 했다. 지금은 우리 수비수들이 잘하고 있어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명타자보다 2루수로 경기에 더 많이 나와 수비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정근우는 퓨처스 6경기 중 3경기를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2루수로도 3경기 선발, 1경기 교체로 출장했다. 2군에선 실책이 없다. 2루수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서야 1군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은 정근우를 2으로 보낼 때도 "예전 정근우가 아니다. 움직임이 둔해졌다.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한 감독이 정근우를 서둘러 1군에 부르지 않는 데에는 현재 1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신인 내야수 정은원이 2루에서 기대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게 크다. 한 감독은 "타격보다 수비가 제일 우선이다. 요즘 우리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만족했다.
실제 한화는 정근우가 빠진 뒤 7경기에서 4승3패로 순항 중이다. 한 감독은 웬만해선 좋은 분위기·흐름에서 변화를 주지 않으려 한다. 그는 "(정근우가) 수비에서의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하면 혹할 텐데 아직은 없다"며 정근우의 1군 복귀 조건으로 오로지 수비만을 강조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