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과 맞닥뜨렸다.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10위라는 참혹한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NC는 지난 15일 마산 롯데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5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전까지 9위에 머물며 10위 추락을 최대한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날 NC가 역전패를 당하고 10위였던 삼성이 같은 시간 LG에 승리를 거두면서 순위는 바꼈다. 결국 NC는 창단 이후 첫 10위로 추락하게 됐다.
첫 10경기에서 8승2패를 거두며 개막 극초반 상승 무드를 탔던 NC였다. 투타의 조화, 그리고 유원상, 배재환 등 새로운 필승조들이 힘을 보탰다. 새로운 외국인 조합 왕웨이중과 로건 베렛도 순탄하게 적응하는 듯 했다. 김태군의 군 입대 공백도 한화와 트레이드를 통해 정범모를 영입,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첫 10경기와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8승2패 이후 내리 9연패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5할 승률이 붕괴됐고 2연승으로 회복하는 듯 싶더니 다시 내리 5연패를 당했다. 이후 승보다 패가 많아지는 게 더 익숙해져졌다. 첫 10경기 이후 9승24패(승률 .27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개막 첫 10경기에서 강점이었고 무난하게 지나갔던 부분들이 이제는 헛점이 됐다는 것이 NC의 문제다. 왕웨이중, 베렛의 외국인 투수들은 현재 1군 엔트리에 없다. 왕웨이중은 7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어깨와 팔꿈치에 피로누적 증세를 보이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베렛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9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6.49의 기록만 남긴 채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왕웨이중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면서 다음 주 복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베렛은 기약 없는 2군행을 맞이했다. 김경문 감독은 "당분간 토종 선발진으로 운영을 할 것이다"고 말하며 베렛을 전력에서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외국인 투수 관련 문제에서는 현장보다는 구단의 안이한 판단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입 발표 기준, 왕웨이중은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베렛은 총액 8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4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NC는 젊은 투수들을 저렴한 가격에 영입한 듯 했다. 그런데 베렛은 계약 발표 직후 메디컬테스트에서 염려되는 부분이 발견돼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0만 달러로 계약이 하향 조정됐다. 대신 옵션을 최대 70만 달러까지 늘려 보장액을 8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늘렸다. 외국인 투수들의 연봉만 따졌을 때 총액은 60만 달러에 불과하다. 왕웨이중의 1군 말소, 그리고 베렛의 부진 모두 염가의 계약들과 관련이 있는 모양새다. 왕웨이중의 1군 말소도 구단은 어느 정도 예상한 분위기인데 시기가 좋지 않다. 베렛의 '염려되는 부분'은 결국 팀의 시즌 운영 자체를 힘들게 만든 형국이다.
외국인 투수진의 부진에 더해 팀의 자산이었던 불펜진도 붕괴됐다. 임창민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며 시즌 아웃됐고, 김진성도 지난 몇 년간의 위력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유원상과 배재환도 시즌 초반 힘을 보태다가 다시 힘을 잃었다. 원종현은 잠시 조정기를 거친 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마무리 역할을 맡으며 불펜 안정에 힘썼던 이민호가 최근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뒷문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NC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73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동안 NC가 강팀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든 불펜진의 부진은 NC를 지탱할 힘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경찰 야구단으로 떠나며 군 복무를 하고 있는 포수 김태군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와닿고 있다. 신진호-박광열 체제로 시즌을 준비하다가 개막 직전 정범모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포수진을 강화했다. 정범모가 토종, 신진호가 외인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안방에 안정을 가져다 주는 듯 했다. 그러나 현재 NC의 안방은 누구도 주전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정범모, 신진호, 박광열, 윤수강 등이 번갈아가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하지만 NC 포수진이 포일 6개, 도루 저지율 25%(40회 중 10회 저지)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치고 있다. 정범모를 영입했다고는 하나 확실한 주전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웠고 그 무게를 현재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수준의 포수들 가운데서 튀어나오는 선수가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가 나종덕이라는 신진급 포수를 키워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NC의 상황이 더욱 뼈아플 수 있다.
순위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한 시즌 쯤은 쉬어간다고 생각하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구단과 현장의 시즌 구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