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예쁜누나’ 오륭 “손예진은 여신, 첫 촬영 때 덜덜 떨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5.16 10: 30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분노유발자를 꼽으라고 하면 진아의 전 남자친구 규민이 아닐까 싶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서 규민(오륭 분)은 스토커같이 진아(손예진 분)를 찾아가고 잠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는 추태를 부렸다. 이뿐 아니라 진아와 정리하고서는 진아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와 밥을 먹는 것도 모자라 진아를 납치까지 했다.
분명 잘못은 규민이 먼저 했는데 진아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 규민은 예쁜 여자친구 진아를 두고 어린 여자에게 양다리를 걸쳤고 진아를 ‘곤약’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러고서는 회사까지 찾아와서 진아를 괴롭힐 때 도와준 준희(정해인 분)를 보고는 진아도 양다리였다고 큰소리쳤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은 규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개규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질한 연기를 리얼하게 펼쳤던 배우 오륭을 만났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오륭은 드라마 속 ‘개규민’과는 전혀 달랐다. 조용하고 진중한 면이 규민과는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실제 성격은 내성적이다. 연기로 내성적인 성격을 많이 극복하는 것 같다. 연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나한테는 어렵다. 어렵지만 연기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진아의 전 남자친구 규민. 오륭이 자신의 SNS ‘개규민’이라고 써놓았을 정도로 규민은 네티즌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
“욕먹을 거라고 예상했다. 대본을 봤을 때 욕먹긴 하겠지만 사실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지 않나.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나한테도 한구석에 지질하고 극한 모습이 있을 텐데 표현하느냐 표현하지 않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규민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민도 느껴진다. 규민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멀리서 보면 코미디인데 규민 본인한테는 비극이다.”
8회 동안 내내 진아를 괴롭혔던 만큼 규민은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은 것은 물론 미움을 받았다. 댓글에서도 규민 관련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댓글을 안 보려고 했다. 방송 초반에 규민이 사건을 계속 만드니까 기사화되고 내 실명이 거론되더라.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기사가 나와서 좋기도 하고 내가 계속 거론되는 게 감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사들을 보다 댓글을 접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내 이름이 나오니까 신기해서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주더라. 보기 싫은 데도 불구하고.(웃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규민이 진아를 납치하는 장면은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기까지 했다. 진아의 휴대폰 명의가 규민으로 돼 있었는데 진아가 규민과 헤어진 이상 명의를 변경해야 했고 변경하기 위해서는 규민과 함께 매장에 가서 처리해야 했다.
진아와 규민이 한 번쯤은 꼭 만나서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 과정이 황당했다. 규민이 진아와 헤어졌는데 진아의 회사에 꽃과 카드를 보냈다. 그런데 카드에 진아와 침대에서 찍은 사진을 붙였고 준희가 이 사진을 봤다. 이를 알게 된 진아를 화가 나 규민을 찾아갔고 규민을 때리다 휴대폰이 깨졌다. 결국 진아가 휴대폰을 바꿔야 했는데 명의 변경을 위해 규민을 만나야 했는데 규민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소름 끼치는 눈을 하고는 진아를 납치,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뉴스에도 여자친구를 납치한 얘기가 나오더라. 이 장면이 리얼인 것 같다. 납치 장면에서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을 잘해주고 편집도 잘해줬다. 손예진한테 고마운 게 내가 리액션을 리얼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오륭은 1회에서 진아를 차는 장면으로 첫 등장을 알렸다. 진아에게 ‘곤약 같아서 싫다’라고 진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이었다.
“손예진은 여신이다. 첫 촬영 때 너무 덜덜 떨었다. 손예진은 베테랑답게 노련하더라. 감독님한테 질문도 하고 나한테는 직접 제안을 하기보다는 많이 유도해줬다. 처음 만났을 때 팬이라고 잘 부탁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여신이었다. 여신이라고 생각한 배우와 눈을 마주 보고 연기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런 행운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연기하게 돼서 떨렸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배우가 손예진인데 배려를 많이 해주더라. 긴장되고 부담돼서 잘 부탁한다고 하니까 ‘별말씀을. 잘하시는데요’라고 했다. 정말 많이 웃어줬고 그 덕에 긴장이 많이 풀어졌었다.”
아무래도 ‘멜로의 여왕’, ‘청순 여신’과 함께 연기하니 주변의 부러움도 샀을 터. 손예진이 주변 여성들에게 정해인과 호흡을 맞춰 부럽다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부럽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고.
“하필이면 헤어지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손예진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받지 못해서 부럽다는 말은 못 들었다. 감독님에게 ‘규민이 왜 그랬어’, ‘나쁜 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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