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포미닛 출신 배우 손지현이 최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을 통해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었다. 연기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남지현이 아닌 손지현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기 때문.
극 중 짐승에 가까운 본능을 가진 여진족 소녀 루시개 역을 맡아 이휘(윤시윤 분)에 대한 순정을 보여줬던 손지현은 화려한 액션과 절절한 감정, 그리고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연기 열정으로 그동안 걸그룹으로서 가져왔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배우로서 다시 태어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배우로서 이렇게 빨리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얼떨떨한 느낌이에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이제 막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책임감도 더 강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손지현의 이러한 변신이 결코 쉬웠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데뷔해 7년 동안 지켜온 포미닛 리더라는 자리를 놓는데 아프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남지현에서 손지현으로 개명, 배우로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를 냈고, 남다른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포미닛 해체가 기쁘면 이상한 거죠. 그래도 아픈 시기를 잘 다져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희망으로 버텼어요. 섭섭한 것들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잘 걸어가 보자 했죠. 당시에 지금 있는 소속사와 미팅을 가진 후 바로 계약을 하지 않고 1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혼자 여행도 다니고 지인들도 만나고, 또 그동안 못 해본 혼자 전철 타기, 버스 타기 등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국 연기를 선택하게 됐어요. 춤밖에 모르던 연습생 시절, 레슨을 통해 연기를 접했는데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소심하고 말을 잘 못하는 편인데 연기를 하면 가면을 쓴 느낌이라 그런지 말을 잘 할 수 있어 좋았죠. 그때 치유의 느낌을 받았고 본업이 있어 계속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미닛 활동에 지장이 가지 않는 웹드라마나 단편 영화 등에 틈틈이 출연했고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아직 활발하게 소통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포미닛 멤버들 또한 손지현의 활동을 응원해 주고 있는 상황. 손지현은 멤버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제가 드라마 활동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리는데 꼭 하트를 눌러준다. 아직 직접적으로 연락을 한 건 아니지만 조만간 '다 같이 보자'고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해 시선을 모았다.

특히 손지현은 현재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컴퍼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처음 출연했던 드라마 작가님이랑 계속 친하게 지냈는데 그분을 통해 정우성 선배님 매니저를 알게 됐고 그러다 2년 뒤에 포미닛이 해체하게 되면서 연락이 왔다"며 소속사와 함께하게 된 비화를 전했다.
"정우성 선배님과 이정재 선배님이 회사 이야기를 굉장히 오랫동안 나누며 고민하다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하셨다고 들었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고 싶으셔서요. 그래서 그런지 선배님들이 신인 배우 모두를 잘 챙겨주고 계세요.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나한테 연락해'라면서 어떻게든 조언을 해주려고 하시죠. 두 분 다 열성적이세요. 엄마 아빠 같은 느낌이랄까요? 엄마는 정우성 선배님, 아빠는 이정재 선배님 같은 느낌이에요.(웃음)"
그러면서 손지현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나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로 소속사 선배인 염정아를 꼽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 하거나 영화, 연극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 어느덧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연애관, 노출신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히면서 말이다.
"저희 회사는 연애에 대한 규제가 없어요. 심지어 결혼도 해도 된다고 하죠. 배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랑은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게 배우로서의 숙제인 것 같고요. 이상형을 꼽자면 조건 없이 절 좋아해 주지만 자신의 직업에서는 현실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일과 사랑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제가 지금 중요한 시기라 일이겠지만, 사실 전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있어서 사랑에 대한 가능성이 0%인 건 아니에요."
"노출신은 캐릭터가 납득이 간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한다고 해도 수위를 조절할 것 같지만요. 사실 거의 희박하긴 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있어서 좀 망설여질 것 같아요."
이처럼 배우로서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밝히는 당찬 면모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 손지현. 이에 OSEN은 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와 팬들 및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에 대해 물었다.
"저는 일부러 목표를 안 정해요. 이루고 나면 허탈할 것 같아서요. 대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저절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역할들을 통해 내공을 쌓아서 연기를 오래 하고 싶어요."
"그동안 남지현으로 절 봐오신 팬들은 이번 변신에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시청자분들께도 '대군'을 봐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절 손지현으로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Oh!커피 한 잔②에서 이어집니다.)/ nahee@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