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서원이 성추행과 흉기협박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그의 검찰 출석 태도가 여전히 화제다.
배우 이서원은 지난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은정 부장검사)는 이서원을 강제추행 및 특수협박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공개 소환했다.
이서원은 2시쯤 검찰청 앞에 나타났다.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옷을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걸었다. 취재진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마스크를 끼거나 고개를 숙이는 등의 행동이 예상됐으나, 이서원은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그가 포토라인 가까이 다가온 후였다. 검찰의 공개 소환조사이기 때문에 검찰청 앞에는 포토라인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그는 포토라인에서 멈춰서지 않고 그대로 취재진 앞을 가로질러 조사실로 향했다. 그의 벌걸음은 거침 없었고, 주저하지도 않았다. 이미 포토라인을 지나쳐 조사실로 들어갈 결심을 하고 온 듯한 그의 행동에 취재진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침묵은 그야말로 예상 밖의 일이었다. 이서원의 사건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가 있고, 드라마와 방송이 있다. 거기에 데뷔 3년 만에 주인공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그를 도왔던 팬들도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가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고, 소속사 공식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으로 사과를 전할 기회는 그 때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이서원이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말이라도 하고 들어갈 것으로 모두가 예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유유히 취재진을 지나쳤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 사과는 했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서원은 기자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때로는 그 눈빛이 살벌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이서원의 침묵은 독이 됐고, 대중은 더욱 그에게 실망했다. 그가 조사를 받는 4시간 동안 대중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의 검찰 조사가 시작된 후 대부분의 취재진은 철수했다. 들어갈 때 그렇게 '살벌'하게 들어갔는데, 나올 때라고 입을 열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그가 나올 때 입을 열 거라고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4시간 후, 오후 6시경 검찰청을 나오는 이서원은 "조사에서 어떤 말 했냐"며 다가오는 취재진을 보고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서원은 "아까는 긴장하고 당황해서 말 못했는데 조사에 성실히 답했다. 피해자 분들과 모든분들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피해자는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피해자는 만나지 못했다. 만나뵐 수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향후 행보나 추가 조사 여부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차에 올라탔다.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대답하는 이서원의 모습은 들어갈 때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4시간 만의 태세전환이 인상에 남았다. 외부의 따가운 비판이 그의 태세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준비된 듯한 그의 정리된 멘트가 이를 방증한다. 처음부터 사과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한편 이서원은 술자리에서 동료 연예인인 A씨를 성추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입건됐다. 술자리에서 만난 A씨에게 키스 등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 이를 거부당하자 흉기로 A씨를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은 이달 초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으로 이서원은 출연 예정이던 tvN 드라마 '어바웃타임'과 KBS 2TV '뮤직뱅크' MC 하차를 하게 됐다. / yjh0304@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