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수직적인 관계, 재벌 계급의 존재, 이들의 안하무인격인 갑질. 이 모든 건오직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 '베테랑'과 '군도: 민란의 시대'를 보고 분노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이유다.
25일 전파를 탄 JTBC '방구석1열' 4회에서는 '갑질민국'의 세태를 반영한 영화 '베테랑'과 '군도'가 맞붙었다. 윤종신, 장성규, 변영주 감독, 임필성 감독, 장윤주, 진중권 교수가 두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2015년 8월에 개봉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황정민과 유아인이 각각 서도철 형사와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해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재벌의 갑질을 제대로 다룬 작품으로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락 액션 영화이지만 마냥 유쾌하진 않다. 극악무도한 조태오 때문에 편하게 볼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맷값을 주고 나서 사람을 폭행하고, 여자 연예인들을 불러 놓고 희롱하고, 마약에 살인교사까지 일삼는 악인 끝판왕이기 때문.
장윤주는 "특히 마지막 신은 관객들이 주변에서 지켜보니 더 짜릿하고 통쾌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응징이 현실에서도 가능한지, 당연한 결과를 왜 영화에서만 보는지 신 나고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베테랑'을 보면 실제 사건 몇 개가 떠오른다. 조태오처럼 맷값 파문을 일으킨 최철원 사건, 아들 대신 보복 폭행을 한 김승연 회장, 각종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가 재벌들이 그것.
진중권 교수는 "재벌이 해체된다고 기업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재벌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재벌 1세는 자수성가해서 기본적인 덕목을 갖추고 성공한 이들이다. 2세는 보고 배운 세대이지만 3세들은 완전히 다른 삶으로 특권을 누렸다. 성공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재벌 3세가 문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류승완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한국사회 갑질의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여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런 집단간 갑질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군도'는 조선시대 악당이 된 양반과 영웅이 된 의적의 대결을 그렸다. 조윤 역의 강동원은 천민인 도치 역의 하정우 무리를 괴롭히며 악랄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결국 그는 백성의 손에 죽어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진중권 교수는 "의적은 부정적이기도 긍정적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 같은 3대 의적이 있다. 이들은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민중운동식 성격이다. 반면 일본은 하향식 개혁이다. 우리나라 민중은 취미가 국난 극복이다. '군도'도 영웅에게 의지하지 않는 결말이 좋다"고 말했다.
'베테랑'과' 군도'는 각각 2015년과 2014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당시에도 작품에서 현실의 갑질을 느낀 관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냈는데 여전히 '갑질민국'은 계속 되고 있다. 오히려 더 심각해진 상황.
그래서 '베테랑'과 '군도'는 지금 봐도 재밌다. 뉴스 속 현실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방구석1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