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3년만의 브라운관 복귀를 선언한 채시라가 첫 방송에서부터 강렬한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 26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남편의 불륜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집에 스스로를 가둔 서영희(채시라 분)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정효(조보아 분)와 한집살이를 하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영희는 남편 한상진(이성재 분)와 바람을 피우고 아이를 낳은 김세영(정혜영 분)의 애원에도 오랫동안 이혼을 거부해왔다. 그러면서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켰고,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건조한 삶을 이어갔다.

그런 서영희에게 한민수(이준영 분)의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온 정효. 서영희는 "아줌만 집을 지키고 나는 살기 위해서 서로 잠시만 붙어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낙태수술을 할 때까지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는 정효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정효를 받아들이고, 그가 쓰러지자 세상의 밖으로 향하게 된다.
채시라는 남편의 불륜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버린 기구한 여자 서영희를 연기하며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이별이 떠났다'는 예비 시어머니와 예비 며느리의 기묘한 동거를 그리는 플롯 때문에 '막장'의 오해를 받았지만, 채시라는 처음부터 '이별이 떠났다'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작품에 임했다.

'이별이 떠났다'는 낙태, 이혼거부,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를 결코 막장으로 이용하지 않고, 누군가에겐 축복이지만 누군가에겐 위기가 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임신 때문에 일상을 잃고 고군분투하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그렸다. 남편의 불륜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 서영희, 무책임한 한민수 때문에 홀로 임신한 상황을 감당해내야 하는 정효, 불륜이란 죄 때문에 평생을 고통 속에 살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 기어코 하루를 살아내는 김세영의 모습이 먹먹함마저 자아낸다.
특히 채시라는 서영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첫 방송부터 무서운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표정만으로 한 줌 밖에 남지 않는 자존감을 겨우 붙들고 사는 서영희를 표현한 채시라는 '이별이 떠났다'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마침표 같은 존재였다.
욕실에서 수증기로 가려진 자신을 끝내 보지 못하는 모습이나, 이혼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자책감을 애써 매정한 말로 밀어내려 애쓰는 장면은 채시라의 명품 연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결혼은 나를 갉아먹는 짓이야. 여자만 빼고 모든 게 다 변해버려. 변하지 않은 여자만 남겨지는 거야"라며 TV를 보고 홀로 중얼거리는 서영희의 독백은 채시라의 담담한 말과 표정으로 극적인 장치 없이도 큰 울림을 선사했다.
서영희는 일정한 목소리 톤, 적은 몸짓만 허용된 어려운 캐릭터다. 하지만 채시라는 그저 누워서 눈물을 흘리거나, 조용히 말을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서영희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그런 채시라를 향해 '이별이 떠났다'의 김민식 PD는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가 돌아왔다"는 말로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를 대신했다. 김 PD의 한 마디처럼 '이별이 떠났다'는 채시라 그 자체였다.
과연 채시라가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새로운 인생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지는 바. 채시라와 조보아의 워맨스도 기대해봄직 하다. / yjh0304@osen.co.kr
[사진]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