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여주인공 해미를 연기한 전종서는 그간 단 한 편의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았지만 수준급 연기력을 지닌 유아인, 스티븐 연과 호흡을 맞추며, 신인으로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버닝’의 해미 캐릭터에 국내 신인 여배우들 전체가 몰렸을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전종서는 오디션의 마지막 단계에 극적으로 합류한 행운아. 최종 물망에 올랐던 한 배우가 있었지만 이창동 감독은 오디션에서 전종서를 만나고 난 후 ‘이 친구가 해미다’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단번에 캐스팅했다.
전종서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OSE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간 지 3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버닝’의 오디션을 봤다”며 “제가 처음으로 본 오디션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감독님의, 어떤 상대배우와 호흡을 맞출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간 게 아니라 ‘신인이니까 이제부터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다”고 ‘버닝’의 합류 과정을 전했다.

전종서는 이어 “저는 (이창동 감독의 위엄에 대해)잘 몰랐었다.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고 거장 감독님이지만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느꼈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대화가 많이 이뤄졌다. 거장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감독님을 비롯해 다른 배우, 스태프 모두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편안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의 종수-해미-벤을 중심으로 그들의 묘연한 관계,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하는 심리에서 빚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그렸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이 미묘하게 맞부딪히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비밀이 인상적. 이 감독만의 연출 스타일로 창조된 영상미가 더해진 ‘버닝’은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이름값을 증명하듯 ‘버닝’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전종서를 비롯해 유아인이 데뷔 후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옥자’(감독 봉준호)에 이어 두 번째다.
전종서는 “칸 현지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배우들, 스태프와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매일 정해진 일정을 소화 후 각자의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 바빴고 각자 식사할 시간도 부족했다”며 “칸영화제의 일정이 정리될 때 쯤 마지막 날 다함께 식사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때서야 서로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무 것도 아닌 제가 ‘버닝’에 합류한 건 (제 인생에서도)큰일이었다. 제가 앞으로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줬던 영화 촬영 현장이었던 거 같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kbr813@nate.com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