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탬파베이 레이스는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4인 선발 체제로 5선발이 나오는 날 구원투수들을 짧게 끊어 쓰는 불펜야구를 하고 있다. 독특한 운용법이지만 올 시즌 탬파베이는 25승26패로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거두며 깜짝 선전하고 있다.
통산 84세이브의 구원투수 세르지오 로모는 올 시즌 벌써 4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첫 3번의 선발등판에서 1이닝·1⅓이닝·⅔이닝만 던진 로모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⅓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안타 2개, 볼넷 1개로 3실점하며 투구수 15개로 조기 강판됐다.
1회부터 불펜이 가동됐다.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비달 누노가 3이닝 3피안타 4볼넷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그 사이 탬파베이 타선이 터지며 7-3으로 역전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4회 1사에 투구수 53개인 누노를 내렸고, 3번째 투수로 오스틴 프루이트를 투입했다.

프루이트는 9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5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호투. 탬파베이의 8-3 승리와 함께 프루이트는 세이브를 기록했다. 총 투구수 63개로 시즌 첫 세이브. 점수차에 관계없이 3이닝 이상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에겐 세이브가 주어진다.
'ESPN' 보도에 따르면 최소 5이닝 이상 던지며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16년만의 일이다. 호아퀸 베노아(워싱턴)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었던 지난 2002년 9월4일 볼티모어전에서 7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4-0으로 리드하던 3회 나온 베노아는 9회까지 7이닝 1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가장 최근 5이닝 세이브 기록은 2014년에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매디슨 범가너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5이닝 세이브를 거둔 바 있다. 내일이 없는 포스트시즌과 달리 정규시즌에선 거의 없다. ESPN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5이닝 세이브는 4번뿐이다.
메이저리그의 투수 분업화가 이뤄진 1980년대 이후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웬만해선 선발투수를 길게 끌고 가는 것이 메이저리그 방식이고, 구원투수도 특별한 변수가 아닌 이상 3이닝 이상을 맡기지 않는다. 하지만 올 시즌 4인 선발 체제로 실험을 하고 있는 탬파베이는 5이닝 세이브란 진기록도 만들었다.
프루이트는 "지난해 3이닝 세이브가 있었지만 5⅔이닝은 아니었다. 길게 던졌다"며 "지난해에도 이 같은 역할을 했다. 지금처럼 긴 이닝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따라 조금 더 길게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탬파베이가 불펜야구를 하는 날은 프루이트가 긴 이닝 세이브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것 같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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