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사태, 이미 10년 전부터 예고되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8.05.29 13: 00

최근의 히어로즈 사태는 태생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히어로즈는 2008년 3월 현대 유니콘스가 재정난으로 해체되자 선수들을 인수해 재창단 형식으로 제 8구단으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속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려는 기업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KBO 구단주회의는 리그 축소를 우려해 작은 투자 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먼트의 히어로즈 창단을 승인했다. 
히어로즈는 처음부터 재정난에 휩싸였고 이장석 대표는 창단 가입금을 제대로 완납하지 못했다. 기존 서울 연고지를 양분한 LG와 두산에게 지급해야할 연고지 부담금도 없었다. 시즌 원정 등 선수단의 운영비도 부족해 외상을 하고 다녔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나마 자금줄이던 우리 담배도 네이밍스폰서를 철회했다. 

궁지에 몰린 이장석 대표는 창단 납입금 해결을 위해 본격적인 선수 장사에 나섰다. 지난 2009년 12월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을 각각 LG, 삼성, 두산에 넘겼다. 이택근은 25억원, 장원삼은 20억원, 이현승은 10억원 등 모두 55억 원을 챙겼다. 장원삼은 이미 2008년에 삼성에 넘겨주려고 했으나 KBO의 승인을 받지 못했으나 1년 만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2010년부터 넥센 타이어가 네이밍스폰서를 맡았지만 여전히 운영 자금은 부족했다. 이장석 대표는 7월 롯데 에게 황재균을 보내고 김민성과 김수화를 받았다. 보도자료에는 현금이 없는 선수간 트레이드였다. 이때부터 선수장사를 한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탓에 뒷돈 거래를 감추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넥센은 이후에도 꾸준히 크고 작은 트레이드를 단행해왔다. 그때마다 항상 현금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잦은 트레이드와 열악한 재정 상황이 투영되면서 빚어진 오해라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한 언론의 보도로 두 건의 트레이드에서 뒷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작년 3월 NC와 강윤구-김한별 트레이드를 하면서 NC가 넥센에 1억원의 현금을 제공했다. 또 7월에는 넥센의 거포 윤석민을 KT에 이적시키며 5억 원을 받았다. KBO에 트레이드 승인 신청 때는 1억원과 5억원은 빼고 양수도 계약서를 제출했다. 모두 규약위반이고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는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의 난맥상에 있다. 그러나 단순히 히어로즈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래는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히어로즈 창단 초반 몇몇 구단들은 주전들에 눈독을 들이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돈이 필요한 히어로즈와 성적이 급한 재벌 구단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대형 현금 트레이드가 이어졌다.
하이에나형 트레이드는 KBO가 한때 승인을 취소할 정도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장석 대표는 결국 트레이드를 모두 승인받아 구단을 생존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거의 매년 꾸준히 트레이드를 했다. 더욱이 이대표는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고 직무정지까지 당하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언급되었지만 태생적으로 재정적 한계를 드러냈다.  
히어로즈 사태는 돈벌기 힘든 한국프로야구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모기업의 지원이 아니면 프로 야구단은 여전히 생존이 어렵다. 이미 해태, 쌍방울, 현대 유니콘스가 비슷한 전철을 밟으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히어로즈는 사태는 이미 10년 전부터 잉태되었다. 여기에 최근의 잇따른 도덕적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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