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예쁜누나’ 김종태 “역시 손예진은 손예진..연기에 감탄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5.31 07: 52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이 일하는 커피 회사의 대표로 등장한 배우 김종태. 실제 커피 회사의 대표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 배우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서 김종태는 진아(손예진 분)의 직장 대표 조경식 역을 맡아 열연했는데, 그의 리얼한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치 현실 속 회사 대표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섬세한 연기가 놀라웠다. 진짜 직업이 대표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로 대표 특유의 아우라와 날카로움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예쁜누나’ 첫 촬영이 내 신이었다. 최차장, 정부장과 같이 식사하는 신을 찍었는데 안판석 감독님이 첫 시작에서 무리하게 긴장하는데 테스트한다고 생각한다고 연기하라고 했다. 리허설처럼 촬영했는데 감독님이 오케이를 했다. 주로 연극을 많이 했는데 드라마는 다르더라. 주인공 주변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보니 너무 전형적이어서도 안 되고 현실과 떨어지면 안 됐다. 안판석 감독님이 리얼하면서도 상투적인 걸 경계해서 그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연기했다.”
김종태는 필모그래피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첫 드라마로 올라가 있지만 사실 앞서 JTBC 드라마 ‘세계의 끝’, ‘풍문으로 들었소’ 등 여러 드라마에서 얼굴을 내비쳤다.
“‘세계의 끝’에서 부산해양경찰 역을 맡아 연기했다. 부산 사투리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찾아 출연했는데 안판석 감독님이 다음에 꼭 보자고 했었다. 안판석 감독님이 작업할 때마다 짧게 나왔었다.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모두 다른 역할로 다섯 번 출연했다.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현장기회를 줘서 드라마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안판석 감독님 사단과 했던 거라 낯설지 않은 환경이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김종태는 리얼한 연기뿐 아니라 훈훈한 외모와 큰 키로 슈트핏을 자랑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또한 김종태가 극 중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주변에서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드라마에서 한 두 신 출연해서 나를 기억할까 했는데 동네 슈퍼 아주머니도 알아보고 지하철에서도 사진도 찍더라. 사실 연극을 할 때는 대학로를 벗어나면 일반인이 돼서 편했는데 이제는 아무 옷이나 입고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이미지 관리보다는 조대표란 인물이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거니까 일상과 격차가 나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강의하는데 학생들이 ‘교수님 평소에 호통치는 모습과 똑같다’고 하고, 또 동료들은 화내는 걸 처음 봤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멜로퀸’ 손예진과 함께 연기하는 것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있었을 터. 손예진은 기자간담회 당시 정해인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부러움을 받았다고 한 바다.
“손예진은 손예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집중을 잘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드라마를 봐도 손예진이 연기하고 있는 걸 보면 같이 장면을 만들었던 입장에서 봐도 대단한 것 같다. 장면 장면마다 전체를 끌고 가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면 분위기가 가벼워지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데 두 가지를 잘 왔다 갔다 해서 감탄했다. 스태프들도 모두 손예진의 연기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김종태가 연기한 조대표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극 중 진아의 편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했다. 결국 조대표는 진아의 편이 아니었는데 조대표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주변에서 네티즌들 반응을 보내줬는데 ‘도대체 조대표는 나쁜 사람이냐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것이 내가 의도한 바였다. 안판석 감독님이 대본을 끝까지 안 보여줬었다. 조대표 캐릭터를 다 알고 가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조대표가 좋은 말을 하면 진심으로 좋은 말을 했고 뒤 신에 뭔가 있을 것 같으면 시선을 다르게 연기하기도 했다. 대본 받았을 때 조대표가 55세라는 인물 소개가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젊어서 괜찮을까 했는데 감독님과 몇 번 작업했던 게 도움이 됐고 연극과 다르게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줘야 해서 말이나 시선을 날카롭게 하려고 했다. 별생각 없이 말을 던져도 상대방이 어떤 의도가 있어서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게 연기하는 것이 대표다운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서 최대한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조대표는 진아의 편을 들어주지 않기로 했다. 방송 후반부까지만 해도 진아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듯했지만 끝내 남이사(박혁권 분)의 편에 섰다. 조대표는 남이사에게 성추행 문제에서 벗어날 팁을 주겠다고 한 장면을 비롯해 성추행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던 정부장(서정연 분)에게 “풍비박산 나야 시원하겠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라고 한 장면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1회부터는 대본 유출을 우려해 해당 회차 촬영 전날이나 전전날에 대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대표의 태도가 변한 대본을 봤을 때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안판석 감독님이 드라마를 통해 이뤄지지 않을 판타지를 그려서 위로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이 방송된 후 주변에서 메시지가 60개 정도가 왔더라. 동생이 네티즌들 댓글을 캡처해서 보냈는데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있었다. 그만큼 현실에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니까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보고 분노했던 것 같다.”
김종태는 조대표의 이 같은 선택을 ‘현실적’이라고 했다. 현실에서 성추행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걸 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다. 어떤 위치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어떤 분은 찝찝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분은 윤진아의 앞으로 행보에 기대를 걸 것 같은데 나는 후자에 속한다. 요즘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피해자보다는 가해자가 어떤 짓을 했다는 호기심에 관심이 쏠려있는 것 같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투 운동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투가 폭로되는 게 정상이 아니라 미투가 없는 게 정상이지 않나. 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윤진아의 성추행 사건이 끝나는 지점이 지금 미투가 가야 하는 방향과 맞물리는 듯하다.”
김종태는 연기에 대한 원동력이 ‘타인에 대한 관심’이라고 표현했다. “타인의 삶을 살면서 내가 위로되기도 하고 치유가 되기도 하고 해소가 되기도 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배우인데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장르로 관객들과 균형을 잡으면서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 /kangs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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