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뮤직] 씨잼·바스코, 마약도 스웨그인가요?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8.05.29 18: 44

"녹음 다 해놓고 들어갑니다이", "사랑합니다. 다녀오십쇼!"
참 가지가지 한다 싶다. 엄연히 위법을 저질러 놓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인스타그램에 한 줄 써놓고 홀연히 구치소로 떠난 씨잼도, 그 볼썽사나운 글에 잘 다녀오라는 사랑 메시지를 전한 윤병호도, 왜 민망함은 보는 사람들의 몫일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씨잼을 구속했다. 현재 씨잼은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28일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녹음 다 해놓고 들어간다이"라며 구치소 수감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채 사라졌다. 얼핏 보면 대의를 위해 떠나는 사람의 글로 비춰지지만, 현실은 대마초와 엑스터시 투약을 인정한 마약사범이 올린 글이다. 

그 글에 윤병호가 단 댓글은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웠다. 위법 후 구치소 수감되는 마약사범에게 잘 다녀오라는 따뜻한 사랑 메시지를 전하는 건 어느 나라 스웨그인지 모를 노릇이다. 씨잼이 수감을 암시하는 글을 남겨 온라인이 폭주하고 전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식의 댓글을 달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몰랐을까? 윤병호는 위법과 마약 투약, 구치소 수감을 래퍼의 스웨그라 여기는 일부 '힙찔이'들의 허세를 고작 한 줄의 댓글에 완벽하게 담아냈다. 
결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낯부끄러워진 건, 윤병호가 제 댓글에 쏟아지는 비난에 슬그머니 수정 버튼을 누른 점이다. 기세 좋게 그런 댓글을 남길 정도면, 대중의 비난에도 '나는 내 갈 길 간다'고 뻗대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재 그 댓글은 이모지로 수정된 상태다. 윤병호는 대중의 사랑은 물론 그토록 드러내고 싶었던 스웨그까지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다. 
씨잼의 산뜻한 구치소 수감 암시 글과 윤병호의 수정 전 댓글만 봐도, 힙합신에서 대마초 흡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센스 아이언 범키 바스코 등 래퍼들 중 마약에 손 댄 이들이 유독 많다. 마약을 하더라도 힙합 공연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마약을 하나의 스웨그로 보는 시각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씨잼과 윤병호의 'SNS 스웨그'는 조금도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그들의 경솔함을 두고 비난과 조롱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걸 멋이라 느낀다면 이들은 옳고 그름은 물론 사태 파악도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알리는 것이다.
위법은 저지르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 실수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한 뒤 진정으로 고개를 숙일 수 있어야 진정 더 큰 그릇이다. 구치소 수감 전 애써 밝은 SNS를 올리고, 여기에 사랑 메시지를 전하는 건 스웨그가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짠하게 만드는 실패한 허세일 뿐이다. /jeewonjeo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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